[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검사 시절 부패 척결 이미지를 얻어 드라마 주인공으로 각색되기도 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에 처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오는 8일 오전 10시에 홍준표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6일 밝혔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 지사와 일정 조율을 마치고 소환을 통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지사는 최근까지 선배 검사로서 검찰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끝내 검찰과 악연을 맺게 됐다. 평소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해 일약 스타 검사로 부상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홍 지사는 검찰 조직에 순응하지 않는 검사로 낙인찍혀 한직을 전전하다 결국 1995년 사직했다. 이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홍 지사는 정계에서도 주요 당직과 거리가 먼 비주류 길을 걸으며 당내 현안에 쓴소리를 해 존재감을 과시하다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표 최고위원을 맡았다.
 
2011년 최구식 전 의원 비서의 디도스 공격 사건에 휘말려 대표직을 사퇴했으나 이듬해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화려하게 복귀했고, 지난해에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홍 지사는 최근까지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관한 개인적 소회를 수차례 털어놓아 주목을 받았다.
 
특히 홍 지사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서 "드라마 '펀치'에서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이 부패와 부정의 상징으로 묘사돼 이 시대 검찰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놓은 것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검사로 재직할 때는 약자를 도와주고 권력과 싸우는 정의의 상징으로 묘사됐는데, 최근 검찰의 모습은 부끄럽기 한이 없다"고 선배 검사로서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매일 아침 출근길 발언을 통해 목소리를 내며 검찰과 수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자살하면서 쓴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이날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승모씨를 한 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을 겨냥한 홍 지사의 과거 발언은 오는 8일 피의자로 소환되는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그의 수싸움이 위기에 처한 모래시계 검사를 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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