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자녀 중 3명에게만 자산 배분한다는 유언은 무효처리...여섯 자녀 모두 균등하게 배분받게 돼

 
 

[코리아프레스 = 정유경 기자]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남긴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효'로 결론났다. 주소를 별도로 적지 않은 탓이다.

재력가 A씨는 2008년 5월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서울 소재의 아파트는 차녀 B씨에게 물려주고,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150억의 금융자산 중 50억원은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기부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은 B 등 세 명의 딸에게 균등 배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A씨가 숨진 뒤에 유언장이 공개된 후, C씨 등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자녀들이 아버지의 자필 유언장에 대해 "자필 유언장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B씨 등을 상대로 유언 무효 소송을 냈다.

이들은 민법상 유언장이 효력을 갖추려면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직접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이 중 주소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에서는 A씨의 주소가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작성 당시의 주거지 서울 소재 아파트가 유언의 목적물로 적혀있다는 점을 근거로 유언장이 유효하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3부는 항소심에서 무효로 판단 내렸다. 유언장에 주소가 있다고 해도 기재된 위치와 내용을 감안하면 A씨가 자신의 주소를 적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언장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 일치하더라도 무효”라며 “직접 쓴 주소가 존재하지 않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A씨의 자녀들은 상속재산을 똑같이 나눠가지게 됐다.

이번 사건처럼 자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원의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자필로 유언 내용과 이름, 날짜, 주소를 모두 쓰고 도장까지 찍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소를 기재할 때도 번지수를 포함한 세부 주소까지 모두 적어야 한다.

유언장에 쓴 내용을 고칠 때도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자필로 수정하고 날인을 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판사 출신인 이상원 변호사는 “세상을 떠난 뒤 자녀들 사이의 재산 싸움을 막으려고 작성한 유언장이 반대로 자녀들 간의 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요건을 엄격히 따지기 때문에 작성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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