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군중시위(민간 퍼레이드)에서 지난 70년간 노동당의 투쟁 역사를 부각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은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거행한 열병식에서 항일 빨치산과 한국전쟁 당시 군복을 입은 군인, 한국전쟁 때 사용한 탱크 부대를 등장시키며 노동당의 '투쟁사'를 묘사했다.

리영길 군 총참모장의 보고로 시작한 열병식의 선두는 기마 부대를 앞세운 황토색 군복을 입은 항일 빨치산 부대가 장식했다.

이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항일빨치산 출신의 사단장 최춘국이 이끌던 부대와 서울에 첫 입성한 근위서울류경수 105탱크여단 등 당시 인민군을 상징하는 군복을 착용한 열병 행렬과 탱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또 '핵 배낭'을 맨 부대와 탄두 형태가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달아 선보이며 군사력 과시를 통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창공에는 비행기들이 편대를 이뤄 망치와 낫이 포함된 노동당 마크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상징하는 '70'을 그리며 기념 비행을 했고, 대동강변에서는 하늘을 향해 예포를 잇달아 쏘아올렸다.

열병 행렬이 지나가는 옆으로는 광장을 가득 메운 북한 주민들이 진달래색 꽃술과 카드를 들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김 씨 일가의 이름과 '선군정치' '조국통일' '조국수호' '일심단결' 등의 문구를 만들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날 25분 동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연설문을 육성으로 읽어내려가며 인민의 안녕을 사수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연설문을 완벽하게 읽던 예전과 달리 간혹 실수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날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념식에서 2시간 20분 동안 주석단에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며 사열하는 군대와 손에 진달래색 꽃술을 들고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그는 중국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손을 잡고 양손을 높이 쳐든 모습도 보였다.

이날 주석단 뒤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모습도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부부장은 주석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주석단 뒤에서 쉴새없이 오가며 이날 행사를 관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체제 홍보와 주민 사상교육 등 선전선동 분야를 주무르면서 오빠인 김정은의 안정적인 권력 기반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는 이날 주석단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전날 당창건 70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보고자로 나섰고, 박 총리도 참석했던 점으로 미뤄 주석단 자리 배치가 노동당 비서진과 군 간부 위주로 짜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주석단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오른쪽에는 김기남·최룡해·최태복·김양건·곽범기·오수용·김평해 당 비서가, 왼쪽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서홍찬 군 상장, 조남진 중장, 렴철성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등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편, 그동안 주로 오전에 열렸던 북한의 열병식과 군중시위는 이날 오전 평양에 내린 비로 오후 3시께(평양시 2시30분께) 시작됐다. 조선중앙TV의 행사 생중계도 예고 없이 바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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