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빙하 속에 언 상태로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고대 바이러스들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발견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AFP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사례는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다.

미국국립과학원 회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만 년 된 이 바이러스는 시베리아의 북극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발견됐다.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바이러스는 0.6미크론(μ·1mm의 1천분의 1) 크기로, '자이언트 바이러스'로 불릴 만큼 크고 유전자도 500개나 된다.

이는 오늘날 대표적 바이러스 중 하나인 에이즈바이러스(HIV)가 9개의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처럼 고대 바이러스가 많은 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려 하고 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인간이나 동물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다.

WP는 빙하 속에서 고대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이 2003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이며,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이 가속화하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에 꽤 많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들이 빙하가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바이러스가 발견된 시베리아 지역은 석유 등 광물자원이 풍부한 곳이어서 석유시추 등 개발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논문 작성을 주도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장-미셸 클라베리는 AFP통신에 "아주 약간의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전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들을 부활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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