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새해 인사… 소망은 "부상없이 행복한 선수되는 것"

지난 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손연재의 여정은 다사다난했다. 세계 주요도시 곳곳엔 그녀의 발자취와 추억이 있다. 2010년 광저우는 손연재에게 '도전'이었다. "시니어가 된 후 가장 큰 대회였어요. 어리고 아무것도 몰라서 멋모르고, 용감하게 했던 것 같아요. 기술도 부족했는데 그냥 자신감 있게…." 2012년 런던은 꿈의 시작이었다. 사상 첫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그냥 한발한발 내딛는 순간, 1분1초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어요. 연습장, 훈련용 천막, 코치님이 한 말씀 하나하나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세계무대에서 스스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4년 포르투갈 리스본 역시 잊지 못할 장소다. "황금같은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대회에서 손연재는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4관왕에 올랐다. "애국가를 4번 울렸던 장소,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던 곳이죠." 2014년 터키 이즈미르는 인천아시안게임에 가리긴 했지만 손연재에겐 가장 뜻깊은 대회다. 후프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쁜 메달이었어요. 올림픽보다 더, 아시안게임보다…." 메달 부담감속에 쫓기듯 달려왔다.

세계선수권에서만큼은 스스로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손연재는 톱클래스 에이스들이 모두 출전한 세계 무대에서 온전히 즐긴 결과로 따낸 '종목 메달'을 가장 값지게 생각했다. 2014년 인천은 '독종' 손연재의 의지가 빛난 무대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에선 하늘이 무너져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부담감도 컸지만, 그보다 더 강한 의지로 활활 타올랐던 것 같아요."

2015년 광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손연재에게는 아직 2년의 긴 여정이 남았다. 손연재는 7일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로 새해 첫 전지훈련을 떠난다. 2월 중순 시즌 첫 국제대회인 모스크바그랑프리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대해 손연재는 "1년만에 또다시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부담도 되지만,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마문, 쿠드랍체바 등 전세계 에이스들이 다 나오는 대회에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2년 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다. "부담감에 몰려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하진 않을 거예요. 리듬체조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후회없이 정말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의 해, 손연재는 대학교 졸업반이 된다. 두번째 올림픽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뒤로 미뤘다. 아쉽지 않냐는 말에 당차게 답했다. "괜찮아요. 10년이 남았으면 좀 그렇지만, 이제 1년반 밖에 안남았잖아요"라며 웃었다.

'거침없는 도전자' 손연재는 이제 정상권을 지켜야 하는 '6년차 에이스'가 됐다. "여태까지 해온 것이 있으니까 떨어지고 싶진 않아요. 이젠 수구를 놓치는 그런 큰 실수가 아니라, 전문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해내야 해요. 그럴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죠."

지난 5년간 손연재는 성장을 거듭했다. 16세 소녀는 5년만에 2014년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거듭났다.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이런저런 시련도 많았다. 곱지 않은 시선, 내맘 같지않은 눈빛 때문에 눈물도 흘렸다. 스물한살 숙녀 손연재는 상처를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됐어요"라고 했다.

세상의 잣대보다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친구들이 가끔 물어봐요. 안좋은 여론이 많은데, 왜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느냐고…. 사실 생각해보니까 각자 자기 의견이 있는 거고, 생각은 다 다를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지금 당장은 온신경을 쏟아서 제 것을 발전시키고, 더 노력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중요해요. 그런 얘기를 할 여유가 없어요. 제가 가는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손연재는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몰입, 감동, 초심을 이야기했다. "감동은 결국 얼마나 순간에 몰입하느냐의 문제예요. 사실 긴장감 넘치는 경기 상황에서 감동까지 준다는 것은 대단한 경지죠. 그런 게 나오려면 정말 후회없이 준비해야 해요"라고 했다. "모든 것을 쏟아서 준비했을 때 실수를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런던때 저는 그랬던 것같아요.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한발한발 딛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었고요.

2013년 이후 월드컵시리즈에서 11대회 연속 메달을 따고, 성적을 냈지만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에 급급해, 감동이나 몰입 면에서는 부족했던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했다. 선수로서의 꿈 역시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중심을 향해 있었다.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선수로서의 마지막 목표예요. 스스로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스스로 감동을 주는 무대를 만들면 메달도,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손연재가 환한 미소와 함께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상철 기자 77msc@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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