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문제은행식으로 학교교육 내용 기반한 사실적 지식 물어야"

지난 13일 실시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생명과학과 영어영역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됨에 따라 수능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영어 25번 문항은 ④번 외에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고 생명과학Ⅱ 8번 문항도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후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등 출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시험이 도입된 후 복수정답이나 문제 오류가 인정된 것은 이번 2015학년도 수능을 포함해 모두 5차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는 "수능시험 한 문제 차이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고 각각 다른 특성과 장점을 갖고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하는 현행 입시전형은 단언컨대 분명한 시대착오적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교육정책교사연대는 수능이 합격과 불합격만 평가하는 자격고사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현재 수능은 출제 시스템만을 바꾸는 미미한 개혁으로는 결코 학생들의 온전한 발달을 도모하는 교육의 본질적 과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수능시험이 합격, 불합격으로만 평가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시험이 사회변화와 맥락을 함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변화가 거의 전무했다"며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의 육성은 수능시험이 주도하는 현재의 교육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수능을 국가기초학력평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입제도의 안정성과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대입제도의 핵심인 수능을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초·중·고 12년 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들에게 기대되는 기초적인 수준의 절대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수능은 문제은행식으로 학교교육 내용에 기반한 사실적 지식을 물어야 한다는 게 교총의 입장이다.

교총은 "대입제도로서 수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능이 지식의 모든 수준과 단계를 판별해내고 지식의 총체를 담아내려는 무리한 시도를 한 데 있기 때문에 학교교육과 유리되고 오도된 평가가 이루어진다"며 "표준 테스트로서 수능의 역할을 규정할 경우 현재 폐쇄형 출제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한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BS 교재 연계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EBS 교재 연계율은 70%에 이른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EBS 연계방식이 고착화될수록 수험생은 암기식 공부에 몰두하게 돼 사고력 강화라는 수능제도 취지에 역행하게 된다"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 또한 축소될 수밖에 없어 공교육 정상화에도 역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EBS 컨텐츠는 공교육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주도적인 역할은 다시 학교 현장으로 되돌리는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EBS 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다"며 "사교육비 경감차원에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는 교과서만 공부해서도 안되고, 학원도 다니는 등 추가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EBS의 연계율이 높다보니 영어영역의 경우 지문을 한글로 외우는 등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비교육적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며 "부작용을 양산하고 교실수업을 파행화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거듭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가칭)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 체제 개선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 외부 전문가의 시각을 중심으로 강도 높게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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