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한·중·일 금융통화위원 간 정례회의가 추진된다. 3국 금통위원 간 일종의 '핫라인'이 개설되는 것이다. 대외경제 불확실성의 '뇌관'으로 떠오른 중국 경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3국이 금통위원 간 상설 대화채널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한국은행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한·중·일 금통위원 간 대화채널 마련이 본격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한국이 일본과 기존에 해오던 정례회의를 복구하면 중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세계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강해진 만큼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일본과는 본격적인 접촉에 들어가 상당히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중국 금통위원들은 상대적으로 독립성에 제약이 있어 한·일 금통위원 간 대화채널이 먼저 열리면 여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도 개별적 만남에는 제약이 없지만 대화채널을 정례화하면 만남 횟수도 늘고 소속감도 생겨 더 친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국이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별도로 금통위원 간 대화채널을 개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는 3국 중앙은행 총재만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난다.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투트랙 어프로치'로 예측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3국 중앙은행 총재회의는 그 상징성에 비해 심도 있는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히 중국과 일본이 사이가 멀어진 다음부터는 인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리정책 결정자인 금통위원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3국 금통위원 간 직접 만남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3국 금통위원 회의에서 한국은 주로 중국 시장, 중국 정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방점을 둘 예정이다.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매달 대외여건 변화를 체크하는데, 데이터나 보고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중국 경제에 대해 직접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으로 각국이 이기주의적 정책을 많이 펴는데 이럴수록 상대 정책의 내용이나 백그라운드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면대면 회의체는 그 존재만으로 유사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한국에 있는 중국 전문가라고 해도 중국 내부 상황을 정말 상세히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 "중국은 공산당 체제여서 금통위원의 위상이 우리만큼 높지는 않지만, 이들에게 직접 중국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은행과 달리 일본은행(BOJ)은 외환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 흐름보다는 실물경제 상황이 대화의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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