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북한의 괴벨스'란 별칭을 가진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 김기남(86) 노동당 비서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다시 수행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늘(2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반미교육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신축 현장을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김기남 비서는 1966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신문 책임주필, 1990년대 선전선동부장과 선전담당 비서로 활동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의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에 공헌한 실세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천박물관 시찰도 수행했지만 지난 4월 8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2주년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끝으로 3개월반 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주요 행사에 불참한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지난 4월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3차회의에서 핵심 당 비서임에도 주석단 맨 앞줄이 아닌 방청석 세번째 줄로 밀려나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후 김기남 비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시찰은 물론 주요 행사 간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대신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선전업무를 총괄해 왔다.
 
이 때문에 김기남 비서가 물러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중심으로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재편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우리 정보당국도 김기남이 은퇴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김기남 비서가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다시 수행함으로써 그가 여전히 북한의 선전선동 업무를 관장하는 노동당 비서 겸 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기남 비서가 그동안 주요 행사에서 방청석을 차지하는 등 위상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추정이 나왔다.
 
우선 그동안 김기남 비서의 공백은 업무상 과오로 잠시 업무중단이라는 '혁명화'(처벌)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북한에서는 간부들이 업무상 잘못했을 경우 일정 기간 업무 중단이나 좌천 등의 혁명화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로한 김기남이 와병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한동안 물러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따라 김기남이 당비서 직책을 갖고는 있지만 종전처럼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3대 세습체제 전기간 선전선동에 헌신해온 김기남을 쉽게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이도 많고 지병도 있으니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번 시찰에는 김기남 비서 외에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여정 당 부부장, 렴철성 군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국장 등 김정은 체제의 선전분야 핵심들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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