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뿐인 학창시절, 괴담이나 슬픔에 매몰된 채 지내게 할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이 세월호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을 보존하기로 하자 이 학교 1학년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10일 도교육청과 단원고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사고를 당한 2학년 학생 교실을 내년까지 보존키로 결정, 이에 반대하는 1학년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있다.

도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는 지난 달부터 매주 열린 학부모 총회에 참석해 1학년 학생들의 지도 계획을 밝히고 2학년 교실 보존에 대한 재학생 학부모의 양해를 구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유가족과 학교측의 생각에 수긍했지만, 대다수는 면학분위기 저해 등을 이유로 전학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실 정리를 주장하는 한 1학년 학부모는 "유가족에겐 미안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라며 "한 번 뿐인 아이의 학창시절을 괴담이나 슬픔에 매몰된 채 지내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2학년 교실을 보존 여부를 논의하던 지난 11월 이재정 교육감이 "단원고 2학년 교실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언론에 피력한 것도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단원고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1학년 학부모들도 학교 구성원으로 유가족 입장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으려 나름 노력해왔는데, 교육감이 재학생 학부모 의견은 듣지도 않고 언론에 보존 입장을 발표해 1학년 학부모로서는 기분 나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교육감이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엔 유가족과 1학년 학부모 모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였지만, 교육감 발언 후 보존과 정리로 입장이 나뉘어 마치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달 20일 유가족 간담회와 이달 1일 주간업무보고 등에서 "2학년이 졸업하는 시점까지 교실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산회복지원단 관계자는 "2학년 교실을 보존할지 정리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교육감의 의견은 개인적인 것으로 최종 결정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존중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원고 2학년 교실(10개)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난 4월 16일 이후 그대로 보존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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