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비원 처우 개선 대책 발표한 날 해고 예고 통보

빈소를 떠나는 분신 경비노동자의 영정.
빈소를 떠나는 분신 경비노동자의 영정.

50대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 자살을 시도한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가 기존 경비인력을 전원 해고하기로 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기존 경비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이 업체에 소속돼 있는 경비원 78명의 해고가 사실상 확정됐다. 새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지만 고용 승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는 "이 아파트의 경비원 78명 등 노동자 106명이 지난 19일과 20일에 걸쳐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날은 정부가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한 날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노조 관계자는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는 지난 6일 열린 입주자 임원회에서 현재의 용역 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공식 결정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판단한 일종의 보복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입주자 대표는 "지난달 5일 임시회의에서 이미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며 "(분신) 사건 이후로 (경비원 등이) 주민들을 나쁘게만 몰아 가고 있어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낀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7일 발생한 압구정 경비원 분신 사건은 아파트 주민들의 모욕적인 언사와 비인격적인 대우에 시달리던 경비원 이모(53)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사건이다. 이씨는 분신 후 병원치료를 받다 한 달 만인 11월 7일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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