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명 해고 예고하고 새 용역업체 선정 입찰 공고문 붙여

압구정 H아파트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경비노동자들.
압구정 H아파트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경비노동자들.

경비원 분신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울 압구정동의 H아파트에서 근무중인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25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경비와 청소 등의 업무를 맡은 ㈜한국주택시설관리(건설협회 자회사)는 지난 20일 아파트 경비원 78명을 포함한 청소노동자 등 106명에게 해고 예고 통보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보장은 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31일부로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최근 새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공고문을 아파트 단지 내 게시판에 붙여 놓은 상태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60세 이상 경비원들만 교체하겠다던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분신 사건 이후 돌연 입장을 바꿔 용역업체와 경비원 모두 교체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분신 사건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신 사건 이후 같이 가지는 못할 망정 더 상처만 주고 있다"며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입장을 전혀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전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비·시설관리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에 협력해달라"고 부탁한 지 하루 만에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개선안은 경비·시설관리 종사자들의 임금 적용범위를 최저임금의 90%에서 100%로 인상하고 이때 발생하는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2017년까지 연장 시행해 1인당 18만원 정도 지원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에 포함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각 아파트 입주잗 대표회의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지영 공감 변호사는 "고용노동부의 개선안은 해고가 필연적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이유로 해고가 된다는 점을 당연시 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택법 시행령에 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고용관계에 부당하게 간섭해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위법한 만큼 위법 사항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