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좀...’ ‘많이 좀...’ ‘조속히 좀....’ ‘조기에... 좀’... 좀좀좀

18일 박원순 시장이 국회 예산심사소위 복도에서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의원들과 일일이 예산심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18일 박원순 시장이 국회 예산심사소위 복도에서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의원들과 일일이 예산심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18일 오후 국회 본관 예산심사소위원회 복도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등장해 보는 이들로 눈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고, 그 불청객을 알아본 이들마다 한결같이 ‘의아’를 표정을 드러냈다.

서울시청 측근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박원순 시장은 이날 딱히 ‘마련된 포지션’이 있는 게 아니다.

내년 국회의 예산심사소위 ‘서울시 예산 심사’를 앞두고 한 푼이라도 더 예산을 확보하려는 ‘동정에 호소’를 위한 행보로 보인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내년 예산 심사에 대해 잘 좀 해달라고 당부하려고 오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이 없었다.

박 시장은 “그럼요... 물론 지방 정부가 더 힘들고... 많이 힘들거든요. 서울시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죠. 옛날에는 재정자립도가 90%였는데, 지금 80%로 내려왔고... 워낙 안전에 관련된 예산들은 워낙 많이 들어가는 돈들이니까, 국고 지원이 없으면 힘들죠... 제가 오죽하면 여기 왔겠어요. 하하하하!” 너털스럽게 웃었다.

기자가 “이렇게 (직접 오셔서) 같이 만나서 이야기도 하시고 그러니까 도움이 되세요?”라며 물었다.

박 시장은 “이제 두고 봐야죠. 허허허허...” 또 너털 웃음을 웃었다.

18일 박원순 시장이 국회 예산심사소위 복도에서 소위 위원들을 만나고 있다.
18일 박원순 시장이 국회 예산심사소위 복도에서 소위 위원들을 만나고 있다.

이때 예산심사소위 A모 의원이 나타나자 박원순 시장 얼른 인사한다.

“아이고 의원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A모 의원 “아.... 이거 너무 오랜만입니다”

박 시장 “저희 안건 보셨죠... (준비해온 브리핑 서류들을 하나하나 내보이며) 이거 좀 조기에 해주시면... 조기에...”

A모 의원 “이건 저... 그러니까... 뭐냐... 허허허허...”

박 시장 “네, 그러니까 안전 예산입니다.”

기자가 다시 “시장님, 혹시 이것도 ‘찬조 예산’ 차원에서 예산심사소위 위원들께 동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는 거죠?”라고 물었다.

박 시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요! 내년 노후된 상하수도 교체 사업이 너무 시급하고... 이게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중략) 민생 안정과 안전... 너무 중요하잖아요.”

18일 박원순 시장이 국회 예산심사소위 복도에서 소위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을 때 새누리소속 K모 의원이 등장하고 있다.
18일 박원순 시장이 국회 예산심사소위 복도에서 소위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을 때 새누리소속 K모 의원이 등장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이날 예산심사소위 복도에 공손히 서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소위 위원들의 길목을 이렇게 지키고 있었다.

이날 소위 복도에 모여 박 시장의 이같은 ‘부적절한 행보?’를 지켜 이들은 다소 숙연한 분위기에 압도 당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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