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서 정년기념 심포지엄 '우정과 환대의 지성공동체' 열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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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내 삶의 기본이 뭐였는지를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여러 활동은 모두 '분노'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국내 1세대 페미니스트 학자로 꼽히는 조한혜정(65)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2일 오후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년기념 심포지엄 '우정과 환대의 지성공동체'에서 지난 삶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한 교수는 지난 1979년 연세대 사회학과 시간강사로 처음 교편을 잡은 이후 33년간 연세대 사회학과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페미니즘·교육·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한국이 여성운동의 불모지로 평가받던 1983년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수 6명과 함께 '또 하나의 문화'라는 대안여성운동 단체를 설립했고 1999년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를 세웠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연세대의 캠퍼스 개발사업인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에 반대하며 동료 교수들과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심포지엄에서 '창조적 공동체(Creative Commons)를 살다/살리다'를 주제로 강연한 조한 교수는 "어린 시절 집에서 고아원을 운영했는데 부모가 없다며 무시를 당한다는 또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화가 났다"며 "이렇게 시작된 분노와 부당함을 푸는 길이 곧 우리 모두가 좋아지는 삶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화가 난다고 같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단 의논하고 풀어야 한다"며 "여기서 창조적 공동체라는 것이 형성됐고, 이 부분이 남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도 '제도'에 얽매이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그는 과거 청년세대보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많이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볼 때 오늘날엔 적대와 경쟁, 무시로 상징되는 문화에서 살아남는 것이 생존의 전략이 된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청년들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것 같이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강연을 갈무리하며 그는 "삶은 또 다른 새로운 실험이라고 본다"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가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심포지엄에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한상복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등 학계 인사와 재학생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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