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전 자녀 버리고 딴 남자에 간 생모 “사망자식 상속, 나는 꼭 타 먹을 것”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 어린 자녀들을 내버리고 현행법으로는 아동학대와 방임, 아동유기 등의 형사처벌을 받아야할 생모들이 자녀들의 사망 재산을 달라며 뒤늦게 등장한 것을 두고 사회적인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 대해서는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절규가 또 다시 울려퍼졌다. 하지만, 수 년간 계속돼 온 유족의 절절한 호소에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선,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배를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61)씨가 서영교 의원과 등장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하라법' 통과를 눈물로 호소하며 통곡했다.

김종안씨 친누나 김종선 씨는 “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현행 상속법 개정으로 억울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김종선씨가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배를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상속을 놓고 비현실적인 상속법을 개정한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눈물로 호소하며 통곡했다.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김종선씨가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배를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상속을 놓고 비현실적인 상속법을 개정한 ‘구하라법’ 국회 통과를 눈물로 호소하며 통곡했다.

김종선씨의 동생 종안씨는 2021년 1월23일 대양호 127호 선박에 승선했다가 거제 앞바다에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실종됐고 이후 사망 처리됐다. 하지만, 불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동생을 잃은 종선씨 앞에 등장한 것은 50년 넘게 연을 끊고 살았던 80대 생모였다. 행정기관을 통해 종안씨 소식을 접한 생모는 현행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모두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종안씨 앞으로 나온 보상금 규모는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과 선박회사 합의금 5000만원 등 총 3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팔순의 생모는 과거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 나는 (종안씨 보험금을) 꼭 타 먹을 것이다.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나도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선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생모가 사망한 자식의 보상금을 받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절규했다. 그는 "생모는 동생이 2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며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가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동생에게 빚만 있다면 과연 왔을까 싶다. 이 생모는 엄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종선씨에 따르면,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했다. 종안씨 유족들이 생모의 재산 상속에 제동을 걸자 생모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부산지방법원 1심에서 승소했다. 현행법으로는 부양의무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직계 존속의 상속권을 인정한 것이다.

종선씨는 ”죽은 동생에게 6년간 함께 살았던 배우자가 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생의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은 많이 있지만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는데,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입증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종선씨는 "죽은 동생의 법적 권리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우리 3남매를 키워준 고모, 친할머니"라고 강조했다. 현행 상속을 규정한 민법적으로 종선씨는 직계존비속에 속하지 못하고, 3순위의 방계가족이 되기 때문에 종선씨가 자녀들을 돌보았다는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물론 고모, 친할머니 등은 우선 순위 상속자가 있을 경우 상속자에 속하지 못한다. 사실상 직계 존속인 친모가 상속의 우선권을 갖는다.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오빠 구호인씨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22일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현행 상속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회가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김종선씨가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이렇듯 ‘구하라법’은 이미 여러 건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여야 정쟁 속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희생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후 오랜 시간 연락조차 하지 않던 생모·생부가 돌연 나타나 자식의 사망 보상금을 받아가는 일이 반복되자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내놨다.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구하라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서영교 의원과 법무부가 제출한 법안은 구체적인 시행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비교해보자면, 서영교 의원의 법안은 민법의 상속 결격 사유에 ‘부모가 부양·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했다. 법무부는 친부모의 상속 자격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는 유산이 가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다르다.

서영교 의원은 ”민법에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얻는 것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4월 MBC 인기 시사프로그램 ‘실화탐사대’는 ‘54년 만에 찾은 생모와 아들의 목숨값’이라는 제목으로 고인의 사례를 방송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김종안씨의 생모는 고인 앞으로 나온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과 선박회사 합의금 5000만원 등 약 3억원의 보상금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생모는 방송에서 ”나는 꼭 (보상금) 타 먹어야지. 나도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다. 우리 아들 보상금 나온다고 하는데 그것 좀 나도 쓰고 죽어야지“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야기했다. 심지어, 제작진이 ”(그렇다면) 부모 도리를 다하셨다고 생각하시는 거냐“고 묻자, 생모는 ”내가 그만큼 키워줬으면 됐지.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자기들이 컸나?“라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생모는 고인이 2살 무렵 떠난 후 단 한 번도 자식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종선씨는 이에 더 해서, ”오빠가 41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경찰에서 생모에게 연락을 해서 ‘와서 사망자 신원을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그 때도 오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이제와서 엄마라니 기가 막힌다“고 54년간 묵혔던 마음을 토로했다.

하지만 생모는 ”종안이가 나한테 뭘 해줬는가? 약을 사줘 봤나, 옷을 사줘 봤나, 밥 한 끼를 해줘 봤나“라고 고인을 힐책하면서 ”나보고 죽으라 하지만 안 죽을 거다. 우리 종안이 돈 좀 쓰고 나도 죽을 거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생모는 또한 제작진이 ‘고인을 한 번 찾아갈 생각은 안 했냐?’는 질문에는 ”부산 땅 나와서 산다고 내가 찾아갈 생각이 어디 있나. 끝까지 어떻게 자식을 키워주나? 나도 청춘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들처럼 남편 얻어서 살아가야 할 거 아니냐?“고 황당한 주장을 거듭했다.

생모는 그러면서 ”그만큼 안 키워줘도 돈 다 받는데 왜 못 받냐. 이 법에서는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가 어떻게 하든 (돈이) 온다고 한다. (법에서) 나를 엄마라고 다 준다고 하는데 내가 받아야 먹고 살지“라고 계속해서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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