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 대법원 ‘승소’ 판결 순간 “엉! 엉! 엉!”울음바다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숨죽이는 10시, 1000여명이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다렸다.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던 전국 고속도로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의 한국도로공사(사장 이강래) 직접고용 문제를 심판하는 ‘지위확인소송’ 판결이 있는 시각이다.

지난 28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및 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동조합’ 소속의 톨게이트 1500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촉구하기 위한 지위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을 숨죽이고 기다리는 동안 이날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경과보고를 사회자로부터 듣고 있었다.

순간! 대법원 앞에 집결해 있던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 조합원들 속에서 “이겼다!” “승소다!”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대법원이 꼬박 6년 동안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해왔던 이들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투쟁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 박선복 위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소재 서울요금소 캐노피에 오르기 이전인 6월 27일 사진(좌)과 캐노피에서 여름 폭염과 장마 장대비를 고스란히 맞고 58일을 보낸 7월 26일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이다.
“투쟁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 박선복 위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소재 서울요금소 캐노피에 오르기 이전인 6월 27일 사진(좌)과 캐노피에서 여름 폭염과 장마 장대비를 고스란히 맞고 58일을 보낸 7월 26일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이다.

그간 각종 갑질과 인격모독 등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며 견딘 지난 6년을 이 순간만은 숨죽여야 했던 이들 노동자들에게 “한국도로공사가 대부분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이날 내렸다.

다만, 대법원이 ‘전체’가 아닌 ‘대부분’이라고 명기한 이유는 이날 대법원이 “소송을 제기한 요금수납원 중 2명은 근로자지위 인정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인데, 이들 역시 ‘승소’의 취지로 파기 환송된 사건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동일한 법적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 김병종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본지 기자에게 이들 2명의 사건을 대법원이 판결한 판결문을 제공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날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업무지시를 해왔으므로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하급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해당 사건을 맡은 1심과 고등법원 역시 같은 취지의 선고를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의 이날 확정판결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소재 서울톨게이트 지붕(캐노피)과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일대 등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1500여명 대부분은 향후 직접 고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서울톨게이트에서 농성 중인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은 농성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해당하는 조합원이 약 300명 정도이고 나머지 조합원들의 소송이 1심과 2심에 계류중이어서 일부 인원이 승소했다고 해서 농성을 풀 수는 없다는 게 노조 지도부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본지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박선복 위원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캐노피에서 내려올 거냐?”는 질문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대법 판결에서 승소하더라도 전제 1500명에 대한 승소가 아니라 368명에 대한 승소 판결일 뿐이다. 우리는 해고된 1500여명 모두 일괄적인 직접고용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결기를 다졌다.

이들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들에게 이날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6년간의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온갖 간난신고를 겪는 고난의 세월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한국도로공사와 법적 대응을 시작하면서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도로공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압박과 회유,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는 책동이 이들 노조들 존립을 흔들 때도 있었고, 갖은 압박에 가정의 생계 또한 불안한 지경에 놓이게 됐으며, 막상 가정의 보금자리를 뒤로하고 거리로 나왔을 때는 살인적인 폭염과 장마 장대비, 공해, 해충 속에서의 하루 하루를 견뎌야 했다.

본래 한국도로공사 채용의 이들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은 이명박 정권 당시 느닷없이 외주업체 소속(용역업체)으로 신분이 변질됐고, 부당한 임금 체계와 업무외 노동강요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 2013년 이들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며 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이들은 “도로공사와 외주용역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사실상 근로자파견계약이므로 2년의 파견 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측은 “외주용역업체가 독자적으로 노동자를 채용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 역시 독자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수납원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한국도로공사와 수납원 노동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에서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법률적 판단을 받게된 과정에서 지난 1심과 2심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직접 요금수납원들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한 업무지시를 했다”며 이들을 불법 파견 근로자로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직접 요금수납 노동자들에게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업무 지시를 했다”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용역회사 운영이 수납원 노동자들에겐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심인 서울고법도 지난 2017년 2월 “요금수납원은 파견근로자로 인정되므로 파견기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며 요금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자회사 전환 카드’를 꺼내고 이들 수납원 노동자들을 자회사에 다시 입사하라고 강요했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즉, 한국도로공사는 2심 판결 이후 법적 다툼 불리해지자 한국도로공사는 이강래 사장이 다시 대표로 등재된 별도의 자회사(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만들어 요금 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주장했지만, 요금소 수납원 1500명은 이를 거부하면서 ‘직접고용’을 외치며 이날까지 야멸찬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 이들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일단 직접고용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앞으로도 갈길이 멀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극적이고 환영할만한 일대 사건임은 틀림이 없지만, 1500여명에 달하는 전체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판결이 아닌 일부 인원이고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판결을 빌미로 일부 인원만 직접고용하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면서 “우리는 1500명 직접고용 일괄타결 입장”이라고 말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가 아직 1심과 2심이 계류 중인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까지 직접고용에 나설지는 미지수이고, 이럴 경우 현재 서울요금소 지붕과 청와대 인근에서 이어왔던 수납원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이양진 위원장과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김병종 부위원장은 공히 대법원 판결이 있은 이날 “이제 첫 대법원 판결이다. 앞으로도 많은 동지들이 1심과 2심을 진행 중에 있는데, 한국도로공사가 오늘 판결을 준용해서 이들 1500명 해고 노동자들을 일괄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면서 “그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국민들께서 이 문제에 대해서 변함없는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국민들이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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