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지켜낸 추미애 우원식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국회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천신만고 끝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인준안이 가격되면서 국회문턱 가까스로 넘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김명수 후보자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추미애 대표의 ‘뗑깡’ 발언이 야당을 자극하면서 김명수 후보자 국회 문턱은 만리장성처럼 높아져 김명수 후보자까지 김이수 후보자 뒤를 따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여당 일부에서 제기됐고, 분기탱천한 야당들은 ‘어디 김명수 후보자 청문에서 두고보자’는 식으로 결기를 다졌다.

결국 공연한 격한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렇다할 소득도 없이 집권여당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접고 이례적으로 국민의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부결시 사퇴까지 각오하는 배수진을 치고 직접 의원실을 돌며 ‘애걸복걸’ 각개전투에 매달렸다.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지난 21일 김명수 후보자는 국회 인준안 가결 소식을 접하고 "중책을 맡게 돼 무거움을 느낀다"는 소감을 내놨다.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지난 21일 김명수 후보자는 국회 인준안 가결 소식을 접하고 "중책을 맡게 돼 무거움을 느낀다"는 소감을 내놨다.

추미애 우원식 이들 여당 ‘투톱’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부결되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까지 낙마한 상황에서 여당의 ‘김명수 지키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결과를 돌출했지만, 협치가 강조되는 국회 다수당 체제에서 공연한 막말 발언으로 협치를 스스로 파괴한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그야말로 ‘입이 보살’이라는 여야 협치 파과의 결과를 야기한 화근이었다.

추미애 대표의 이런 발언에 공연한 생고생을 해야 했던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김이수 후보자의 인준안 부결 직후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주변의 강한 만류로 뜻을 거둔 바 있다. 안그래도 죽을 맛인데,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지원사격은커녕 그나마 들고 있던 여당의 ‘쪽박’까지 산산히 부수어 놓고 말았다. 추미애 대표의 이런 어설픈 발언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민의당을 분기탱천케 하면서 국민의당과의 협치를 박살낸 적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협치 전선은 이처럼 추미애 대표의 쓸데 없는 발언으로 고비마다 붕괴됐다. 위험 수위를 넘나들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국민의당 비판 발언이 빌미가 됐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지난 6일 추미애 대표의 ‘박지원ㆍ안철수 머리 자르기’ 발언에 격분하며 향후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고, 당시 국민의당 이탈로 여당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시도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국회는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대체 추미애 대표는 무슨 생각에 고비마다 번번히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걸까?

결국 이번 추미애 대표의 ‘뗑깡’ 발언으로 인해 만약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마저 부결될 경우 우원식 원내대표의 경우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려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추미애 대표 발언을 감싸고 돌며 “국민의당에 한 번 쯤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식의 강경론이 당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도부는 더 적극적인 협치 노력으로 여소야대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결국 추미애 대표가 지난 18일 국민의당이 사과를 요구한 ‘땡깡’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본인도 체면을 구겼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겨우 한숨 돌리는 국면이 됐다. 당시 추미애 대표는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신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 발짝 물러섰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저의 과도한 얘기로 국민의당을 불편하게 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납작 엎드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떠나기 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에 협조를 부탁한 데도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청와대 정무라인의 건의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우원식 원내대표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의원들에 대한 개별 설득에 나섰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날인 20일 오전부터 의원회관을 직접 돌아다니며 국민의당 의원실을 방문, ‘친전’을 전달하기도 했다.

잇따른 망언으로 야당의 신임을 잃은 추미애 대표는 지난 주말 명분없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하는 ‘2+2’ 회동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안 대표와의 단독회동도 요청했다. 하지만, ‘뗑깡’ 발언을 듣고도 함께 마주할 정당 지도자가 어디 있으랴? 일각에선 추미애 대표가 공연히 여야 협치를 망쳐놓고 뻔히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노력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제안으로 비난의 화살을 국민의당 지도부로 돌리려는 ‘사악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추미애 대표의 속내만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여당 수뇌부의 간곡한 태도는 김명수 국회 가결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표시’는 됐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친분이 있는 야당 의원들을 1대1로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김명수 찬성 표결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특히, 추미애 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국회 인준안이 상정된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 팔짱을 끼는 등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난처해하는 김동철 원내대표를 민주당 원내대표실로 이끌어 3∼4분 대화를 나누며 김명수 찬성 막판 설득에 힘썼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등원하면서 국민의당 상징색을 연상시키는 밝은 연두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김명수 찬성을 국민의당에 호소하려는 상징이 아니었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원식 원내대표는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중요한 날에만 맨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이 극적으로 가결된 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갔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에게도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국회 인준에 일제히 반대표를 던진 자유한국당을 ‘왕따’시킨 거다.

이처럼 추미애 대표의 뗑깡발언으로 경직됐던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천신만고 끝에 통과했다. 여권이 총력을 다해 추진한 것이 통한 셈인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협치도 이뤄진 게 확인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추미애 대표가 스스로 망쳐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1일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된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 표결. 여당 원내대표는 두 손 모아 기도할 정도로 속이 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명수 후보자 국회 인준안은 재석 의원 298명에 가 160표, 부 134표. 대법원장 김명수 임명동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며 “땅 땅 땅!” 의사봉을 두드렸다. 김명수 국회 인준안 표결이 있던 이날 정세균 의장도 녹색 넥타이를 매어 김명수 인준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김명수 인준안이 통과되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김명수 인준을 결사반대했던 한국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이 뭔가 개운치 않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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