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지윤 기자]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헤어지고 중국과 형제 관계를 맺겠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북경에서 열린 교민 간담회에서 “이제 미국과 결별할 시간”이라고 말하며 군사적·경제적으로 모두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국을 택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전했다.

NHK 등 주요외신들은 중국을 국빈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한 것은 이번 방문으로 약 15조원에 달하는 경제지원 협력을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밀월관계를 형성했다.<사진자료:TV조선 뉴스화면 캡처>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밀월관계를 형성했다.<사진자료:TV조선 뉴스화면 캡처>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맞설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지만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를 급파해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과 결별, 미국으로부터 분리'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또 그 결과는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필리핀은 매우 긴밀한 관계라고 할 수 없지만 이번 발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필리핀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이 봄날"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데 이어 미국과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격미친중(隔美親中)'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7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 필리핀이 수년간 벌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며 양국의 관계가 악화됐지만, 이로써 양국이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쪽으로 돌아선 필리핀이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친중 행보를 가속할 것으로 보여 아시아·태평양 외교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 간 정상회담 후 양국이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으며,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선 양자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양 국민은 혈연관계가 가까운 형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공동의 기초"라며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공동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라며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베이징에 왔지만, 우리(양국) 관계는 봄날"이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교민과 간담회에서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결별)'를 선언해 미·중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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