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성 '화이트 위도우', 쇼핑몰 인근 집 빌려 테러 비밀기획"

케냐 쇼핑몰 테러범 진압 모습 (AP=연합뉴스DB)
케냐 쇼핑몰 테러범 진압 모습 (AP=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윤지현 기자 =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호화 쇼핑몰에서 테러를 저지른 알샤바브의 무장대원들이 범행 전에 쇼핑몰 점포를 빌려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화이트 위도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사만다 루스웨이트(29·여)는 쇼핑몰 인근에서 비밀가옥을 빌려 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BBC 방송은 케냐 정부의 고위 보안 소식통을 인용, 테러범들이 범행 수 주전에 점포를 빌렸으며, 그 덕에 직원용 승강기를 이용해 무기와 탄약을 쌓아둘 수 있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이들이 쇼핑몰 점포를 빌리려면 위조 신분증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부패한 케냐 정부 관리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보안 소식통들은 테러범들이 쇼핑몰로 진입하기에 앞서 두 대의 차량이 이슬람 무장대원들을 인근에 내려줬다고 전했다.

이들은 쇼핑몰 1층 환기구에 숨을 공간도 미리 마련해 두는 등 대비책을 꼼꼼히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BBC는 분석했다.

테러 수사에 나선 당국은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된 루스웨이트가 쇼핑몰에서 불과 90여m 떨어진 비밀 가옥에서 테러 전반을 기획한 것으로 보고 문제의 집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이같이 밝히면서 쇼핑몰 주변에서 루스웨이트가 임차한 집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가 보도했다.

최근 수도 나이로비 공항에서 체포된 터키 남성은 루스웨이트가 머물렀던 비밀 가옥의 소유주로 알려지고 있다.

40∼5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테러범들이 쇼핑몰에서 점포를 빌리는 데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국은 이 남성이 테러범들의 범행의도를 잘 모른 채 점포를 대여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한편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심문과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케냐 정부군이 진압 작전 중 쇼핑몰 일부를 무너뜨렸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이런 증언은 알샤바브가 그동안 주장해 온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이다.

알샤바브는 정부군이 쇼핑몰 진압 당시 화학무기를 사용했으며, 증거를 덮으려고 건물을 폭파시켜 130여명의 인질을 사망케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고위 관리는 케냐군이 진입 과정에서 쇼핑몰 지붕과 세 개 층을 무너뜨렸으며 쇼핑몰 안에서 로켓추진식수류탄(RPG)을 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다만 건물 붕괴를 일으킨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공격이 의도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등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조셉 올레 렌쿠 케냐 내무장관은 쇼핑몰 테러와 관련해 8명의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이들 가운데 3명은 심문 후 풀려났다고 신화통신에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잔해에서 발견된 시신은 없으며, 이번 수사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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