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수여업체 사업에 공기업이 집행한 예산규모 550억 넘어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철도시설공단, 1회 7,100만원, 9번 수상에 5억3천만원 지불... 공기업, 1개 업체에서만 114번 상 받고 31억 6천만원 예산집행... 상 수여업체의 사업에 공기업이 집행한 예산규모 550억 넘어 - 기사 요약

정부 산하 공기업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주고 민간회사에게 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이 2015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이 뭉칫돈으로 상을 타는 관례에 대해 폭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이 2015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이 뭉칫돈으로 상을 타는 관례에 대해 폭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공기업들이 돈으로 상을 받는 잘못된 관행이 있는데, 국내 공기업들이 컨설팅업체 등 민간회사에게 상을 받는 대가로 통상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국내 공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간 컨설팅회사에게 예산을 지급하고 상을 받은 공기업은 25곳에 달한다. 25개 공기업이 총 114번의 상을 받았고, 그 대가로 31억 6천만원을 집행했다.

25개 공기업 중 국토부 산하 공기업은 8곳이다. LH, 철도시설공단, 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교통안전공단, 코레일네트웍스가 돈을 주고 상을 받아왔다.

철도시설공단은 ‘한국의 경영대상’을 9번 받았다. 상을 한 번 받는데 최고 7,100만원을 지급했고, 지금까지 총 5억 3,320만원을 집행했다. 다른 공기업은 보통 1년에 1차례 상을 받는데, 철도공단은 1년에 ‘한국의 경영대상’ 3개 부문을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경영품질 부문, 경영혁신 부문, 고객만족 부문 등 3개의 상을 받았고, 대가로 6,600만원씩 총 1억 9,800만원을 집행했다.

공항공사도 ‘한국의 경영대상’을 7번 받았고, 1억 9,800만원을 집행했다. 인천공항공사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9번, ‘지속가능성 보고서상’을 1번 받았다. 인천공항공사는 10번의 상을 받는데 1억 7,909만원을 집행했다. 수자원공사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4번 받았고, 1억 1천만원을 집행했다.

철도공사는 ‘경영품질대상’, ‘글로벌스탠더드 경영대상’ 등을 5번 받았고, 1억 2,870만원을 집행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존경받는 기업 대상’,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받았다. 특히 작년에는 공단 이사장이 ‘최고경영자상’을 1천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공단은 7차례 상을 받는데 2억 3천만원을 집행했고 올해도 상을 받기로 결정했다. 공단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국토부 산하기관이 아닌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남동발전은 ‘지속가능경영대상’과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대상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다. 남부발전은 작년에 ‘녹색경영대상 5년지속대상’을 받았다. 5년 연속 상을 받았고, 1억 4,718만원을 집행했다.

특히 지역난방공사는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을 5차례 수상하는데 5억 3,900만원을 집행했다. 보통 ‘고객만족경영대상’의 단가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에 형성되는데, 공사는 건당 1억 1천만원을 집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상의 명칭에 ‘대한민국’이 추가되면 더 높은 수준의 상훈으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인재경영대상’, ‘한국의 경영대상’,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등 13개의 상을 받았고, 모두 2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가스안전공사도 ‘고객만족경영대상’을 5년 연속으로 5차례 받아, 6년째 되는 해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헌액(獻額)은 오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로운 자리에 올리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나 박세리 선수 등이 관련된 국제협회로부터 선정돼왔다. 공사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의 예산을 5년간 지급해온 공을 인정받아 민간기업으로부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헌액 역시 공짜는 아니었다. 공사는 H컨설팅 회사에 1,500만원의 예산을 지급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 대한무역투지진흥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서부발전 등의 공기업이 ‘H컨설팅 회사’로부터 예산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상을 받았다.

문제는 상을 받는 조건으로 비용을 지급한다는 것과 공기업이 민간회사로부터 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H컨설팅 회사는 기재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조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모 공기업 담당직원은 H컨설팅 회사가 기재부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보니 마치 공기업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상을 선정하는 과정도 보통의 전화 영업과 동일하다. H컨설팅 회사 영업직원이 공기업에 전화해 상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묻고, 비용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H컨설팅 회사 등 관계자는 협찬비를 받고는 있으나, 제공받은 협찬비를 홍보비나 심사비, 인증패 제작비, 시상식 부스설치비 등에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해본 결과 심사는 형식적일 뿐이며, 비용지급이 결정되면 원하는 상을 받는 형식이다. 그럼에도 공기업들은 돈을 주고 상을 받은 뒤 마치 대단한 상을 받은 것처럼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다.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H컨설팅 회사가 가장 활발히 수상사업을 펼치고 있을 뿐, 다른 컨설팅 업체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사도 동일한 형태로 수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체의 수상제안에 응하지 않는 한 공기업의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돈을 주고 상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요즘에는 언론사라고 하면서 수상을 제안하는 전화가 많아졌는데, 예산이 없다고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공기업이 H컨설팅 회사와 계약한 연구용역 금액도 상당하다. 고객만족도조사(211억), 연구용역(307억), 수상사업(31억) 등 특정업체와 관련된 3가지 사업에 공기업이 집행한 예산규모는 55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외부압력이나 유착관계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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