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메탈 공장에서는 차량의 99%를 재활용

   
   
   
▲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HV) 자동차 '프리우스' (AP=연합뉴스DB)

(도요타=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폐수를 정화한 뒤 강으로 흘려보내 오히려 강을 더 깨끗하게 만든다. 동네 주민과 함께 논밭을 가꾸고 어린이들에게는 장수풍뎅이를 분양한다.

이웃으로 삼고 싶을 만한 이 공장은 일본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의 츠츠미공장이다.

25일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HV) 자동차 '프리우스'의 생산 거점인 츠츠미공장을 방문했다.

1997년 초대 프리우스 생산을 시작했고 현재 임직원 5천900명이 연간 48만대의 중형 승용차를 만드는 공장이다. 이 가운데 80%가 프리우스 계열 HV 차량이고 나머지는 캠리, 프레미오, 아리온, 사이온 등이다.

공장 반경 20㎞ 안에는 렉서스, 크라운 등 고급 승용차를 생산하는 모토마치·타하라 공장과 코롤라, IQ 등 소형 승용차를 만드는 다카오카 공장 등이 있다.

프레스·차체·도장·조립 공장을 거치면 자동차 한대가 만들어진다.

프레스 공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늘어선 로봇 1천500대가 차체에 달려들어 부품 400여점을 4천번에 걸쳐 용접해낸다.

이 공정의 자동화율은 97%. 직원은 로봇 3대당 1명꼴인 5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츠츠미공장의 진가는 공장 밖으로 나가야 더 잘 보인다.

2007년 '지속 가능한 플랜트'를 목표로 내세운 이 공장은 2008년 지역 주민과 함께 나무 5만그루 규모의 '공장의 숲'을 조성했다. 지난 3월에는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 1만2천여장을 올려 조립공장 사용 전력의 50%(2천㎾)를 충당하고 있다.

공장 벽면에 바른 광촉매도료는 자외선과 반응해 미루나무 2천300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공기청정 효과를 낸다.

매일 5천t씩 강에 방류하는 폐수 정화수는 강물보다 5배 깨끗해 강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장 입구에 있는 작은 정화수 연못에서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공장 밖에서는 장수풍뎅이와 반딧불이가 자라고 있다. 녹화연구소를 세워 인근 지역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55종을 골라냈고 한걸음 더 나가 1년에 한번만 깎아주면 돼 관리가 쉬운 'TM9 잔디'와 다른 식물보다 성장이 빨라 신속한 녹화 작업이 가능한 허브를 개량해 보급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여기가 차 만드는 공장인지, 친환경 기관인지 헷갈릴 정도다.

인근의 '도요타 메탈' 공장은 아예 설립 목적 자체가 친환경적이다.

1970년 폐차를 자원으로 되돌리기 위해 세운 이 공장에서는 직원 105명이 매월 1만대의 폐차와 세탁기·에어컨 등 폐가전을 처리한다.

공장 외부에는 찌그러진 테스트용 자동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크레인이 납작하게 구겨진 차들을 분주하게 옮긴다. 공장 내부의 직원들은 토막 난 부품 사이에서 수작업으로 동전과 나뭇가지 등 불순물을 꼼꼼하게 골라낸다. 차량 한대에서 나오는 180∼200㎏의 파쇄잔재물(ASR)은 철·알루미늄·구리·유리·합성수지·연료·혼합금속 등으로 돌아간다. 한때 목숨이었던 것이 거름이 되는 것처럼, 산산이 부서진 자동차가 원재료로 되돌아가는 광경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자동차 한대를 기준으로 99%를 재활용하고 ARS만 따지면 7%의 유리를 뺀 93%를 재활용하는 셈이다.

다카시 요시다 도요타 메탈 사장은 "자동차업체가 직접 지분을 투자해 ARS 처리 시설을 세운 사례는 우리 공장이 유일하다"면서 "수익성이 아니라 공익을 염두에 둔 사업이라 적자를 보면서도 계속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40억∼45억엔(436억8천만∼491억4천만원)으로 최근 들어서야 겨우 흑자를 약간 내기 시작했다고 요시다 사장은 말했다.

그는 일본의 차량 재활용 비율이 높은 비결로 2005년 시행된 '자동차 리사이클법'을 꼽았다. 2015년까지 95%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해 연간 300만대의 폐차 가운데 99%가 재활용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기리모토 게이스케 도요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도요타는 1993년부터 환경대응 계획을 세워 현재 5차에 접어들었다"면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활동에 연간 120억엔(1천310억원)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바보스러울 만큼 멀리 내다본다'는 이 업체의 환경 정책은 벌써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eugen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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