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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찐 살을 빼기 위하여열흔간의 다이어트 성공기
이재훈 기자  |  patong@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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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9  08: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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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리터짜리 생수통을 들고 다니며 들이키는 나를 보면서 동료가 씨익 웃는다. 빠질 살도 없으면서 왜 단식을 하느냐는 눈치다. '종교적인 이유로?'라는 물음에 나는 종교인들은 금식, 정치인들은 단식이라고 답하고는 마음에 찐 살을 빼기 위해서라는 급조된 답변을 했다.
친구로부터 효소를 소개받고 열흘간 매끼 효소만을 먹는 단식을 시작했다. 정확히 일주일째이다. 뭐 그리 힘들지 않은 일주일이었다. 아내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은 걱정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관심을 가져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무덤덤하기만 하다. 오히려 덕분에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난 주 토요일아침 늘상 해 오던 대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발효 요구르트에 블루베리를 넣어 가볍게 끼니를 때웠다.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하루 이틀 늦추면 그 만큼 끝나는 날이 늦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에 그냥 시작해 버렸다. 도전! 열흘간의 효소와 물만 먹고 버티기. 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먹는 즐거움이 60%이상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 이하인가보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안 먹어서 생기는 고통보다는 먹어서 생기는 고통이 컸다. 효소를 먹으면서는 매끼니 마다 물을 1리터이상씩 마셔주어야 하는데 물배가 차는 고통과 그걸 빼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더 나를 괴롭게 한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돌아서면 또 가고 싶다.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볼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외부활동을 할라치면 어느새 아랫배가 꽉 찬다. 그 기분 많은 분들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배고픈 생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생활 일주일. 이런 생활은 평생 처음이기에 글로 남기고자 펜을 들었다. 혹자는 배가 고프니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나지 않느냐고 묻는다. 전혀!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배고픔 때문에 신경질적이 되거나 괴팍해 지지 않는다. 우리 집안 전통일까? 아내의 집안은 끼니때에 식사가 나오지 않으면 언성이 높아지고 가족들이 시끄러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집안은 다르다. 끼니때에 제대로 식사를 챙겨먹지 못해도 집안이 조용하다.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해 진다. 그런 집안 환경의 영향에서 일까? 배가 고파서 음식이 생각날 때에도 보통 평상시와 다른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무튼.
일주일의 고달픈(?)시간들이 지나갔다. 이제 효소만 먹어야 하는 끼니는 9번이 남았다. 담겨진 제품 포장의 수를 세어보니 눈으로 세어질 정도로 확 줄어있다. 위로가 되는지 힘이 생긴다. 일주일을 버티었는데 고작 삼일을 참지 못할까?

비로소 6일째가 되니 이 효소단식을 끝내고 먹을 음식리스트가 하나 둘씩 떠올랐다. 빨간 떡볶이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목요일 여행 작가수업을 위해 장충동을 지나치면서 맡았던 족발 삶는 냄새가 내 상상력을 자극했다. 급 소주한잔이 그리워진다. 수업시간에 유연태 교수님이 보여주시던 전국각지의 맛 기행 여행문의 음식소개 코너가 굉장히 큰 자극을 주었다. TV에서 방송되는 음식소개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왠일일까?
억제하고 있는 욕망이 식욕이기 때문일까? 식욕을 자극하는 정보가 들어오니 마음이 동하는 걸까? 정기적으로 가족과 함께 맛보지 못한 음식기행을 떠나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단식 중에 들은 정보라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아니면 정말 그 여행이 하고 싶은 건지 판단할 길은 없다. 하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정말 듣도 보도 못한 팔도 음식들이 정말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번 먹는 것만 먹고 사니 음식에도 우물 안 개구리일 수 밖에. 미각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해 봐야 하겠다. 새로운 자극은 음식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30끼니를 효소로 대신하면서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평상시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먹는 일'이 이렇게 감사할 줄이야. 딸내미의 식사에 올라온 노릿하게 구워진 삼치를 보면서, 잘 조려져 내올려 진 감자조림을 보면서, 김이 솔솔 나는 잡곡밥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한 끼 한 끼 정말 감사하게 먹어야겠구나.'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의 손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주부라면 당연히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정성어린 수고스러움에 감사를 표해야 겠다는 깨달음이다. 정작 본인은 먹지 못할 상황인데도 남편을 위해서 자녀를 위해서 음식을 장만하는 아내의 희생에 가족 사랑이 베어 나온다. 참고로 나의 아내는 지금 한 끼에 세 번의 수저질 밖에 못한다. 다이어트 중이다.
또 한 가지. 지구상의 기아문제가 떠올랐다. 못 먹어서 배고픔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지구상의 극빈층 어린이와 어른들. 나는 못 먹는 게 아니라 그저 안 먹는 것이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효소단식을 중단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다시 배부른 돼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니다. 먹고 싶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느끼는 굶주림은 내가 느끼는 이 호사스러운 굶주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리라. 굶으면서도 하루 한 끼에 만 원 이상 소비되는 이 단식이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정말 이 세상은 아이러니하지? 단식으로 소비되는 이 비용이 그들의 일 년치 식량이 될 텐데 말이다. 앞으로 자선사업 열심히 해야겠다.

다음 주 화요일 아침. 죽으로 시작 될 곡물로 된 탄수화물 식사가 많이 기대가 된다.
전복죽으로 할까? 야채 죽으로 할까? 아내에게 어떤 걸로 준비해 달라고 할지 고민 중이다.
행복한 고민이겠지? 매일같이 이렇게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본다.

도전! 열흘간의 효소단식이 나에게 빼앗아 간 것은, 3킬로그램의 지방과 약간의 근육.
주고 간 선물은 음식에 대해 그리고 아내의 식사준비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과 세계 기아문제에 대한 깨달음이다.

이재훈 기자 / patong@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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