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달러 넘는 규모 자산 운용하면서 비밀계좌 개설

[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세계적 은행 HSBC의 스위스 지점 개인자산사업부(PB)가 탈세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나 전세계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CNN머니는 8일(현지시간) HSBC은행이 세계 203개국의 고액 자산가 10만6000명의 계좌를 개설해 1000억 달러(약 109조7000억원)가 넘는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이들의 탈세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ICIJ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HSBC 지점 PB사업부의 내부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이 은행이 불법 무기 거래자, 부패 정치인, 기업인, 유명 연예인에게 비밀계좌를 개설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ICIJ의 분석 결과는 지난 2008년 HSBC의 전 IT 담당 직원 헤르베 팔치아니가 2006~2007년 스위스 지점의 고객 2만4000명의 정보를 빼내 정부에 넘긴 자료 중 일부를 근거로 삼았다. 이 자료는 프랑스 일간 르 몽드가 입수해 다른 언론들과도 공유된 내용이라고 CNN은 전했다.
 
ICIJ는 유출된 문서에 HSBC가 반복적으로 당국에 고객 계정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고객을 안심시켰으며, 본국에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도 상담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HSBC는 이날 성명에서 “스위스 지점 PB사업부가 최근 개혁을 포함한 급진적 변화를 겪어 고객이 세금을 회피하거나 돈을 세탁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당시 HSBC 스위스 지점 PB사업부 뿐 아니라 금융계 전반적으로 준법정신에 충실한 기업문화와 주의의무 규정이 지금보다 엄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ICIJ의 보고서에 따르면, HSBC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 독재정권 측근의 계좌를 개설해 준 사실도 확인됐다.
 
그 외 고객으로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루마니아, 인도, 콩고, 르완다, 세네갈의 전·현직 정치인도 포함됐다.
 
금액상으로는 스위스가 312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영국(217억 달러), 베네수엘라(147억 달러) 미국(133억 달러) 프랑스(125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고객별로는 스위스가 1만1235명으로 1위를 기록했고 프랑스(9187명), 영국(8844명), 브라질(8667명), 이탈리아(7499명) 순이었다.
 
한국은 고객별로 20명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총 20개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약 2130만 달러(약 232억원)로 조사대상국 중 140위를 기록했다. 한국 고객 중 가장 많은 돈을 예치한 고객의 액수는 1050만 달러로 전체 액수의 절반을 차지했다.
 
HSBC는 성명에서 스위스 지점 PB사업부가 운영하는 계정 수는 급감했다고 밝혔다. 2007년 계정이 3만 개가 넘었으나 현재는 약 1만개 뿐이라는 게 CNN머니의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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