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 '미생' 으로 대중에게 이름 알려..

  

[코리아프레스=안현아기자] 영화 '쎄시봉' 속 '윤형주'(강하늘 분)는  "친구니까 이런 얘기해 주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희곡이 별로인데 배우만 열연하면 뭐해? 작품 고르는 것부터가 연기의 시작이야. 후진 작품에서 주인공을 하는 것보다 훌륭한 작품에서 단역을 하는 게 훨씬 나아."  연기자 지망생 '민자영'(한효주)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극 중에서 윤형주는 여자들이 딱 듣기 싫어하는 이 대사 때문에 민자영에게 차인다. 하지만 배우 강하늘(25)은 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그게 정말 나 같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2006년 연극 '천상시계'로 데뷔한 강하늘은 그동안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2007년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TV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TV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2년 '아름다운 그대에게' 이후다.

'상속자들' 등에서 존재감을 조금씩 드러내던 강하늘은 작년 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몸값도 꽤 올랐지만 남들처럼 CF를 선택하는 대신 연극 무대('해롤드&모드')로 돌아간 그는 "주변에서 미쳤냐는 소리도 많이들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역할에 따라간 적은 없다. 역할은 좋은데 작품이 별로인 것도 솔직히 많은데 그런 건 정중히 고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은 관객의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관객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진화시키는 것이에요. 모든 관객이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는데 그 가치관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흔들릴만한 가치관을 가져서도 안 되겠지만요."  

영화 '쎄시봉' 에서 윤형주 역을 맡은 강하늘
영화 '쎄시봉' 에서 윤형주 역을 맡은 강하늘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엄친아' 윤형주 역할을 맡은 영화 '쎄시봉'은 "필모그래피에 남기고 싶은 작품이었다. 연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필모그래피잖아요. 이 사람이 했던 발자취를 보면 어떤 생각, 마음을 갖고 연기하는지가 보이는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쎄시봉'을 두고 관객이 추억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했다.

"아버지가 윤형주 선생님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우셨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항상 쎄시봉 노래가 나왔어요. 제가 윤형주 선생님 역을 맡게 됐을 때 가장 좋아했던 것도 아버지셨죠.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좋아한 사람도 아버지셨고요."

이미 꽤 알려진 대로 강하늘의 아버지는 극 중 '쎄시봉'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오비스 캐빈'에서 지금도 라이브카페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 얼마 전에는 영화 홍보차 윤형주와 함께 TV에 출연하게 되면서 윤형주를 평생 한 번 만나는 게 소원이었던 아버지와 윤형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강하늘은 "'쎄시봉'을 촬영하면서 목표는 딱 하나, '윤형주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말자'였다"고 했다. 다행히 윤형주가 영화를 본 뒤 "하늘이가 제일 잘하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줘서 마음이 찡했단다. "'쎄시봉' 자체가 제 인생에서도 커서 꼭 이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에 평소 쓰던 기타를 가져가서 편하게 불렀는데 운 좋게 됐죠." 이어  "참 영광이죠. 우리나라 영화사에서 이제 윤형주 선생님을 연기하는 사람은 저 다음이란 말이에요. 이게 참 기분이 좋아요. 왠지 윤형주 선생님의 둘째아들 말고 첫째아들 같은 느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로서 강하늘의 강점을 묻자 "화려한 꽃들 사이에 들꽃이 피어 있으면 들꽃에 눈이 가듯 눈에 띄는 외모라기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얼굴이 강점"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강하늘은 "많은 사람이 연기할 때 살아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연기할 때가 싫다. 아무리 고민해도 끝이 안 나는 고민을 해야 하고 답이 없는 것을 답처럼 보이게 해야 해 괴리감을 느끼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고 말했다.

"매운 음식 좋아하세요? 스트레스 받으면 매운 음식 먹잖아요. 그래서 다음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내가 다시는 매운 음식 안 먹는다'하고. 그러다 또 매운 음식을 찾고. 저한테는 연기가 매운 음식 같아요. 할 때는 힘들고 하기 싫은 마음이 있다가도 안 하고 있으면 생각나고…. 저와 연기의 관계는 필요악 같아요. 원수죠. 하하. 그렇게 살고 있어요."

강하늘은 올해 '쎄시봉' 외에도 곧이어 개봉할 영화 '순수의 시대'와 '스물'을 통해서도 관객과 만난다.  '순수의 시대'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부마로 쾌락만을 쫓는 비열한 악역을 맡았고, "엄청 웃다가 NG를 많이 냈다"는 '스물'에서는 동갑내기 친구인 김우빈·이준호(2PM)와 함께 코믹한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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