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도 징계 자청해야" - "엉? 도와 줬더니 날 끌어들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6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페이스북 화면 캡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6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재명 성남시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제안한 글에 대해 홍준표 지사가 발끈하며 비난의 글로 맞받는 바람에 차칫 두 지자체장의 언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지자체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로의 입장을 페이스북에 번갈아 올려가며 치열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8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성남FC에 대한 심판의 오판 내지 편파판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이를 문제 삼아 이재명 성남FC 시민구단주를 징계하겠다며 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재명 구단주에게 '경고'의 경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금년 성적의 저조로 강등 당해 내년 K-리그에서 뛰지 못하게 된 '동병상련'을 앓고 있던 경남FC 홍준표 도지사가 이재명 성남시장을 편드는 듯한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심판의 편파판정은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던지,"홈팀 잇점이라는것은 일방적인 응원에 있는것이 아니라 심판판정에 있슴을 온국민이 다알고 있다" 등 연맹을 구체적으로 맹비난하면서 "이를 개선할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고 야구에서 시행하는 비디오판정을 축구에도 도입해야함에도 그것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으며 프로축구 승부조작사건이 터진지가 얼마되지 않았슴에도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연맹의 안일과 방만 경영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을 동정하는 언급까지 했었다.

그러나 연맹은 이같은 홍준표 경남FC 구단주에 대해서는 '상벌위원회에 올라온 안건이 없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홍 지사의 글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고, 이보다 한참 수위가 낮은 이재명 성남FC 주단주에게만 '경고'의 경징계를 내린 것이다.

두 지자체장의 공통 분모는 지금까지 구태의연한 편파판정 및 오심, 불법 승부 조작 등 악습을 척결하고 향후 축구팬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프로축구가 발전해 나가기 위한 연맹의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과 경기 운영을 주문한 것이다.

다른 점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상벌위원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강조한 '프로축구 팬들의 신뢰회복과 축구발전을 위해 연맹의 성역과 악습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결기이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연맹의 별다른 제제가 없으니 자신도 더이상 나아갈 행보가 없다는 듯 연맹에 대해 유구무언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집권여당 소속의 구단주이며,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당소속의 구단주라는 점과 성남FC는 K-리그에 무사히 잔류했고, 경남FC는 강등됐다는 점이다.

결국 '경고'라는 징계를 받은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나보다 불만의 발언 수위가 훨씬 높은 홍준표 지사는 징계하지 않았다"라는 표현을 홍준표 경남FC 구단주가 곡해하면서 지난 6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맹비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게 됐다.

홍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편들어준 나를 징계 안한다고 물고들어가는 성남시장의 행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역하기 그지 없다"며 "또 그 이유가 정당이나 도지사 시장차이라고 둘러대는 행태도 저열하기 그지없다"고 비난하고 심지어 "다시는 상종하기가 힘든 분이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으로 끝내는 것이 사내가 취할 태도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그런 행태는 옳지 않다" 등의 문장으로 이재명 시장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지사님께 드리는 제안 - K리그와 경남FC를 위해 연맹에 징계자청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제안글을 올렸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장문의 제안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재명 성남시장이 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장문의 제안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 시장은 글을 통해 프로축구연맹과 축구 발전을 위해 자신의 글을 곡해하지 말고, 연맹의 악습을 뿌리 뽑고 거듭나자는 차원에서 홍 지사 역시 징계의 대열에 합류하여 연맹의 성역과 악습, 부당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의 정중한 제안이었다.

또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고'의 징계가 내려진 직후 강하게 반발하여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연맹의 상식이하 징계조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며, 단순 경고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연맹의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기에 재심청구를 비롯해 법정투쟁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시정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오늘 작성된 이 시장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홍준표 지사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향후 '이-홍 협공의 2파전'이냐, '홍-연 협공의 2파전'이냐, '이-홍-연 각개 3파전'이냐 등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래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제안글 전문이다.

=============================================

<홍준표지사님께 드리는 제안 - K리그와 경남FC를 위해 연맹에 징계자청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사님 잘 계시지요?
도정에 바쁜 나날 보내실텐데, 먼저 이번 경남FC의 잔류실패에 진심으로 깊은 위로말씀 드립니다.

올해 성남FC가 시민구단 창단후 첫경기를 응원하러 창원에 갔다가 개막 홈경기 직관을 오신 지사님을 만나뵈었지요

법조선배기도 하시고, 당과 지향은 다르지만 과감성과 결단력 추진력 등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평소 존경했는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날 지사님은 내빈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만약 2부 탈락하면 팀은 해체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 개막전은 성남이 1:0으로 졌지요^^;

그날 저는 지사님의 "해체" 말씀에서 구단주로서 축구에 대한, 아니 더 정확하게는 경남FC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았습니다.

이번 승강PO를 앞둔 시점에서 저의 징계와 관련하여 하신 말씀중 "2부탈락하면 팀 계속운영 힘들다"는 말씀도 잔류의 간절함을 담은 독려이지 팀해체에 방점을 둔 게 아님을 모두 잘 압니다(악의를 가지거나 좀 모자란 소수를 빼고는요)

남쪽이라 쓰여졌지만 실제 뜻은 북쪽을 가리키는 이런 표현방법을 "반어" 아니면 "함의"라고 부르나요?
"징계하려면 제명하라"는 제 발언은 징계하지 말라는 뜻이죠?

저를 변호하는 글에서 지사님은 승부조작이나 고의적 편파판정을 뜻하는 "홈경기 이점은 관중이 아닌 심판", "선수가 스포츠토토 한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법조인이시고 최고의 정치적감각을 가진 지사님이 법적 정치적 분석검토없이 쓰신 글은 아닐 겁니다

제가 읽은 지사님 글의 뜻은 이렇습니다

첫째, 탈락하면 큰 일 나니 반드시 이겨 잔류해라
둘째, 구단주의 비판은 징계사유도 아니고 징계해서도 안된다
징계하려면 이재명보다 더 심한 말을 할테니 나를 징계해라.
셋째, 심판의 경기운영에 개입하고, 스포츠토토 도박하는 선수도 있다는데 운영 잘 해라

그래서 저는 판정비판 금지, 회원사비판 봉쇄 추구하는 연맹의 징계를 막기 위해 지사님 뜻에 따라 "나보다 더 심한 홍준표도 징계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사님이 잔류강조를 위해 '탈락시 해체'를 언급한 것처럼, 저는 징계를 막기위해 '징계하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나도 징계받았으니 홍준표도 징계하라"는 그야말로 "저열"한 심성의 발로가 아니고 "더 심한 홍준표도 징계 못하니 이재명 징계도 포기하라"는 뜻인데,
사법시험 합격한 검사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신 정치인께서 모르시지는 않으시지요?

그런데 지사님이 갑자기 저를 "혼자 징계받기 싫어 다른 사람까지 징계받게 하려는 상종 못할 저열한" 인간이라는 자극적 단어로 비난하시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솔직히 법률관점에서 구단주징계란 구단주 개인이 아닌 구단에 하는 것이고 제재정도도 경미하며,
정치인 입장에선 잘못된 개혁을 위한 노력이라 지지를 확보할 수 있어 손해도 아니지요
법조계와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사님이 이걸 모르시겠습니까?

설마 "이재명이 징계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시거나 지사님이 징계를 무서워하는건 아니시죠?

연맹이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더 중한 사안인 지사님징계를 언급조차 못하는 것은, 지사님이 저보다 광역의 자치단체장이시고 집권당 소속이어서라고 보는게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스포츠정신에 위배된 연맹의 이런 불공정 운영으로 지사님은 혜택을 저는 불이익을 입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페북 글은 경남FC를 깊이 사랑하시는 지사님이 강등의 충격과 아픔으로 생긴 비이성적 상태에서 쓰신 글로 확신합니다

결론적으로 경남FC구단주님께 제안드립니다

회원 입을 틀어막는 잘못된 연맹운영, 판정오류를 비판도 못하게 하는 연맹을 개혁하는데 함께 해 주십시오

연맹이 이재명사태는 징계하면서 홍준표사태는 모르쇄로 일관하니,
경남FC구단주께서 직접 "구단주의 연맹비판이 징계사유라면 나도 징계하라"고 자청해 주십시오

지사님 자청에 불구하고 연맹은 결코 징계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되면 그것은 연맹개혁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혹 모르지 않습니까?
연맹이 진짜 지사님을 징계해서 '부조리한 연맹의 탄압을 받는 시도민구단 해산"이라는 명분 즉, 의외의 선물을 줄지도.

성남 시민구단에 대한 불합리한 징계로 이미 충분한 명분을 확보했다면 별 의미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2014. 12. 7.
시민구단 성남FC 구단주 겸 성남시장 이재명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