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훼손 우려에 임시지붕 설치…이전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당시 발견된 유구(遺構) 1천400여 점의 보존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유구들은 조선시대 토목건축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현재 유구들은 야외에 그대로 노출돼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시는 우선 임시 지붕을 설치해 보호하고 필요하면 이전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예산과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2003년 12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청계천 옛 다리 터와 퇴적층이 양호한 지역을 시굴하던 중 오간수문에서 922점, 수표교에서 390점, 모전교 주변 석축에서 95점 등 6곳에서 모두 1천407점의 유구를 발굴했다.

이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유구들을 해체해 성동구 송정동 중랑물재생센터 부지로 이전, 보관해왔다.

시는 여러 차례 유구의 잡초를 제거하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동시에 울타리도 설치했다. 발견 당시 위치와 모양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3D 그리드(grid) 촬영 후 일련번호까지 매겼다.

그러나 공간이 마땅치 않아 부피가 큰 석재는 지붕도 없는 바닥에 펼쳐놓고 작은 석재는 임시 보관함을 만들어 보관해왔다. 보관소 앞에는 무단출입과 훼손을 금지하는 안내문만 하나 설치됐다.

풍화 현상 등에 따른 유구 훼손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시는 임시로 현장에 지붕을 설치해 유구를 보존키로 했다.

시는 올해 예산에 1억원을 배정해 흥인지문과 고려대 본관을 수리할 때 설치했던 타포린 재질의 지붕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시는 "지지대를 설치해 강풍에 대비하고 유구를 사면으로 둘러쌀 계획이기 때문에 눈, 비, 바람으로부터 석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가건물을 만들어 유구들을 보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는 중랑물재생센터 내 비젼트레이닝센터 옆 공지(1천300㎡)에 특수강철 소재의 4층 가건물을 설치, 강철 바닥 위에 유구들을 층마다 쌓아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6억8천만원 드는 데다 3D 촬영도 다시 해야 하고, 새 부지가 현재 부지보다 좁아 이전 시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유구들을 보존하고 활용할지 고민해 오는 2월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중랑물재생센터에 보관중인 청계천 유구들, 서울시 제공>>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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