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추진하면서 파견 확대…기업 악용 소지 커 논란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직장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위해 외출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직장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위해 외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가운데 55세 이상 근로자 파견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자칫 꼬리(파견업종)가 몸통(정규직)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정부가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에 55세 이상 고령자의 파견 근로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은 파견 허용 업종을 32가지 업무로 제한하고 있다.

주차장 관리, 수위, 건물청소 등 단순 노무직도 있지만 음식 조리, 특허 업무, 번역 등 비교적 전문 분야에 속하는 직종도 있다. 제조업 직접 생산 업무와 건설·항만·선원·위험업무 등은 파견근로가 금지돼 있다.

정부는 기존 금지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까지 파견 근로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일자리가 많은 서비스, 금융·보험 업종 등도 파견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파견업종 확대가 정년연장 정책 효과를 희석시키면서 비정규직 중고령층 파견근로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기업 정년을 55세로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끝에 있는 1963년생이 55세가 되는 2018년까지 해마다 많은 수의 중고령자가 노동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정년을 60세로 정하더라도 현장의 체감 정년은 57세 정도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 파견 허용 업종이 확대되면 중고령층의 체감 정년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도 없지않다.

최악에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이 중고령층 고용 시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55세 이상 근로자 301만명 중 파견 근로자는 6만1천명으로 2.1%에 불과하다.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으로 조기에 은퇴한 중고령층은 파견업종이 늘어나면 시간제 근로자 대신 파견 근로자가 될 수밖에 없다.

파견 근로자는 사내 교육, 복지, 퇴직금 등에서 시간제 근로자보다 열악한 게 현실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문분야에서 퇴직하는 55세 이상 근로자와 일자리의 미스 매치를 줄이려는 취지"라며 "내년 중 입법이 될 수 있게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실장은 "전문분야라 해도 시간제, 연봉제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고용을 늘릴 수 있는데 굳이 일자리 질을 떨어뜨리는 파견 업종 확대 정책을 도입하려는 까닭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파견업종이 서비스, 금융 등으로 확대되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이유로 일찍 근로자를 은퇴시키고 파견 근로자를 고용하는 식으로 고용 시장을 왜곡할 것"이라며 "파견 확대와 정년 연장은 서로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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