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많은 사람이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로 불리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인과 키스만 해도 HIV에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일까? 아니다.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키스만으로는 감염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양의 HIV가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침에는 1㎖당 5개 미만의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 들어 있다. 그래서 키스를 통해 감염인의 침이 상대방에게 들어가더라도 HIV 감염을 일으킬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12월 1일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세계 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을 앞두고 에이즈에 대한 오해를 씻어줄 '문답으로 알아보는 에이즈 상식' 자료를 28일 내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에이즈의 날을 계기로 신규 감염인 제로, 에이즈로 인한 사망 제로, 감염인 차별 제로 등을 내걸고 지구촌 곳곳에서 에이즈의 심각성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IV와 에이즈(AIDS)는 다른 말이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하며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의 영어 약자로 HIV 감염으로 면역이 결핍돼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HIV에 걸린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HIV 감염인이란 HIV에 걸린 모든 사람을 말하며 이 중에서 질병진행으로 면역체계가 손상, 저하됐거나 감염증,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부른다.

HIV는 인간 체내에서 생존하고 증식하면서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질병이다.

따라서 HIV 감염인과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함께 먹어도 HIV에 걸리진 않는다. 음식에 들어간 HIV는 생존할 수 없으므로 HIV 감염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HIV 감염인과 손을 잡거나 같이 운동을 해도 HIV에 걸리지 않는다. 일상적 신체접촉으로 교환될 수 있는 체액(땀)에는 극히 소량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뿐이어서 상대방 몸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HIV 감염을 일으킬 수 없다. HIV는 성관계나 상처, 점막 등을 통해 상대방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HIV 감염인을 문 모기나 벌레 등을 통해서는 HIV에 걸리지 않는다.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1회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1~1% 정도로 낮다. 그렇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성관계 때는 콘돔을 사용하는게 좋다.

에이즈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HIV 검사를 꺼리는데, 익명검사를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으므로 HIV 익명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찾아가 검사 전에 익명검사를 요구하면 된다.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 무조건 에이즈로 착각하는데 결코 아니다. 열, 근육통, 감기 같은 증상만으로 HIV 감염을 진단할 수 없으며 반드시 HIV 검사를 통해 확진 받아야 한다.

HIV에 걸리더라도 바로 죽진 않는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면역결핍으로 말미암아 사망에 이르기까지 10~12년 정도 걸린다. 올바른 치료와 건강관리를 한다면 30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현재 에이즈는 더는 죽는 병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HIV 감염인들이 복용하는 치료제는 완치제는 아니지만, HIV 증식을 억제,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이다. 꾸준한 약제복용을 통해 감염인이라도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고운영 과장은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인 만큼 자발적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작년말 현재 HIV/AIDS 감염 내국인은 7천788명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신고된 전체 누적 인원은 9천410명이지만, 이 가운데 1천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감염 신고자 중 남성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40대(29.3%)의 연령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30대(25.8%), 50대(19.5%) 순이었다.

2012년 한해만 따지면 내국인 868명, 외국인 85명 등 모두 953명이 국내에서 의료기관 등을 통해 처음 감염자로 확인,신고됐다.

이들의 감염 경로는 대부분(99.8%) '성접촉'이었고, 발견 과정을 살펴보면 '질병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고 감염을 확인한 경우가 36.9%, 다른 수술이나 입원 과정에서 발견된 경우가 20.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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