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종편채널·방송통신심의위에 "재발방지책 마련" 주문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 이주민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 상당수 사용됐다고 보고 해당 방송사와 프로그램 심의기관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4개 지상파 방송사업자(KBS·MBC·SBS)와 4개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업자(jtbc·mbn·TV조선·채널A),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이런 내용의 권고안이 제43차 상임위원회에서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25일 밝혔다.

이 권고안은 인권위가 '이주 인권 가이드라인 모니터링단'을 만들고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지상파·종편 방송의 저녁 뉴스, 다문화 특화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오락 프로그램 등 총 35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모니터링 대상 프로그램 중 상당수가 방송에서 특정 인종·문화에 대한 편견·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이주민을 차별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정 인종·문화에 대한 편견 조장 사례로 ▲ 흑인에게 "피부가 어두워서 사람도 어두운 줄 알았다"라고 한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 ▲ 아프리카 원주민 춤을 킹콩의 춤에 비유한 지상파 프로그램 등이 지적됐다.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방송한 프로그램으로 ▲ "다문화 가정 아이라서 걱정이 많고 내성적"이라는 지상파 프로그램 출연 교사의 발언 ▲ 정확한 근거 없이 "탈북여성 상당수가 성병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종편채널 뉴스가 언급됐다.

'다(多)문화'는 '다양한 문화'를 뜻하는 정책 용어지만 방송에서는 그 뜻과 다르게 이주민만을 구분해 부를 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권위는 '검은 머리 푸른 눈'처럼 신체적 특징을 과도하게 부각한 표현이나 '왜색', '꽃제비' 등처럼 특정 국가나 대상을 비하한 표현 역시 제한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산낙지나 삭힌 홍어를 먹어야 진짜 한국인"이라며 이주민에게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를 지나치게 강요하는 듯한 방송 내용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TV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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