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유엔조사단 보고 기다리자' 발언으로 반전

"美, 오바마 스웨덴 방문전 4∼5일 내 공습 마무리 원해"< FT>

애초 빠르면 29일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 (對) 시리아 공습이 다음 주초로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서방의 시리아에 대한 공습 일정을 늦출 것이라는 관측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유엔 조사단의 조사에 `4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이후 본격적으로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너무 성급하게 취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유엔에서 사건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초 미국과 영국은 이번 주말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기 위해 48시간 이내의 `일회성 공습'을 가할 것이라는 게 서방 언론의 예상이었다.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을 제출한 것도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반 총장이 28일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유엔 조사단의 활동에는 4일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다음 유엔 안보리에 결과를 보고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FT는 전했다.

반 총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전해지자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유엔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말도록 캐머런 총리를 압박했다.

결국, 캐머런 총리는 유엔 현장 조사단의 결과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는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미국과 영국이 이번 주말 이전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개시할 논리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FT는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4∼5일 이내에 공습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 총리실 관계자도 FT에 "유엔 조사와 관련한 검토를 이번 주말까지 마치겠지만, 이미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에 대한 공개된 정보가 많다"고 말해 조만간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단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서방의 시리아에 대한 공습은 유엔 현지조사단의 결과 때문에 다소 늦춰지겠지만, 다음주 초반에는 이뤄질 것이라는 게 서방 언론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미국과 영국의 군 고위관계자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한 `한 차례의 외과적 타격'이라는 공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공습의 목표가 시리아 내전에서 반정부군을 편들거나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이 의도하지 않은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의 한 고위 군 관계자는 "매우 짧은 처벌로 공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할 발상"이라고 말했으며, 미국의 전직 해군 장교인 크리스토퍼 하머도 "정치지도자를 처벌하기 위한 공격은 전략이 될 수 없고, 적절한 군사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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