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는지, 어느 산에 묻혔는지 알고 싶어.. 자식 된 도리로"

남북 적십자사가 16일 교환한 이산가족 상봉 최종 명단에 포함된 박운형(92.경북 경산시)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 초기에 한번 신청하고는 아예 포기했었는데 오래 살다 보니 좋은 일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평안북도 태천군에서 2남3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박 할아버지는 이번에 딸 명옥(67)씨와 남동생 운화(77), 여동생 복운(73)씨 등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박 할아버지는 25살 되던 해 해방둥이로 낳은 딸 명옥씨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회상했다.

공산당의 토지개혁 당시 지주로 몰려 몰수대상이 되고 단신으로 평양에 가서 연초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대신 "15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 운화는 귀엽게 자랐고 공부를 잘했는데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피난 당시에는 석 달만 지나면 돌아가겠지 했는데, 3년, 30년이 지나고 이제 60년이 넘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전라남도 담양으로 피난 후 중매로 재혼해서 1남3녀를 낳았다"면서 "고향을 잊을 수는 없지만, 고향에 가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막상 명단에 들어가니 주변의 고향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북한의 가족들에게 선물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 손때가 묻은 라디오, 시계, 볼펜을 만남의 증표로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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