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산가족 상봉 제주 유일 대상자 이종신씨

 "형이 살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40년 넘게 제사를 지내왔는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한에 있는 형 리종성(83)씨를 만나게 된 이종신(71·제주시 삼도1동)씨는 16일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형을 만나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연방 환하게 웃었다.

이씨는 "형님이 돌아가셨으리라 생각해 생일인 음력 8월 26일마다 제사를 지내왔는데 몇 주 전 형이 살아있으며 제주의 가족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씨가 형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6세 어린아이였던 1948년이다. 그는 "그때가 4·3사건 즈음이었는데 서당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보니 형이 경찰인지 군인인지도 모르는 장정들에게 잡혀갔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주중학교를 다니다 발을 다쳐 휴학하고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집에 있을 당시 이씨의 형 종성씨는 그렇게 가족 곁에서 멀어진 뒤 1949년 인천청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북으로 가게 된 것으로 가족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5남매 중 장남인 형을 내내 그리워하다 1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역시 이미 세상을 떠난 누나들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무척 반가워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형과 헤어진 것이 워낙 어릴 적이라 형의 얼굴도 선명히 떠오르지 않고 자세히 기억나는 추억도 없지만, 형이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바깥에서 맨발로 뛰어놀다 더러워진 발로 집에 들어가면 야단치곤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씨의 아내 문옥선(70)씨는 "얼굴도 보지 못한 아주버님의 제사를 수십년간 지내며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살아계시단 소식을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남편은 상봉 소식을 들은 뒤 설레는 마음에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봉에는 이씨 부부와 아들, 이씨의 여동생인 영자(68·제주시 이도2동)씨 부부 등 5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얼마 전 부모의 묘소를 찾아가 소식을 전했다는 이씨는 "북에서 보내온 서류에 붙은 형님 증명사진을 보니 아버님은 물론 저와도 많이 닮아 만나면 딱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형님이 겨울에 춥지 않도록 따뜻한 누비옷 한 벌 해 드리고 싶다"고 기대에 부푼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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