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 얘기로만 평생 살 수 없다 생각해 유학"

   
   
▲ 미국에서 MBA 과정을 공부 중인 우주인 이소연 씨 (서울=연합뉴스)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는 우주인 이소연 씨. 우리나라 첫 우주인인 이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주와 무관해 보이는MBA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투자자와 과학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MBA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달 초 전세계 과학경진대회인 구글 사이언스 페어(Google Science Fair)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의 모습. 2013.10.23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11일간의 우주비행 얘기로 평생을 살 수는 없지않느냐는 생각에 내린 결정입니다. 투자자와 과학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MBA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우주인 이소연(35) 씨는 23일 연합뉴스와의 국제통화에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우주와 무관해 보이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공부 중인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 씨는 자신을 놓고 벌어진 MBA 유학 논란과 관련 "어디서든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게 최종 목표이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평생 우주 다녀온 얘기만 하면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다른 경험을 한 내가 어떻게 해야 좀 더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유학을 결정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는 거리가 있는 MBA 유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투자자와 과학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처럼 과학기술 투자의 당위성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좋은 연구결과가 잘 쓰이려면 기업이나 정부와 연결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나 정책 입안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살면서 '한국 최소의 우주인'이라는 이름표를 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뒤 "이 이름표가 따라다니는 한 어디서든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게 최종 목표이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든, 아프리카든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에게 도움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안에서 도울 일이 더 많다면 고민 없이 바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비 논란과 관련해서는 "2년 의무기간 동안 강연하고 나면 강연요청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4년이 다되어도 바빴다"면서 "(강연비 문제는) 당시 우주인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모두 결정된 사안으로 오히려 해외활동은 관련 규정이 없어 사비를 들여 한 것도 많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교포 의사와 지난 8월 결혼한 그는 자신의 국적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남편이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바뀐 적이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남편에 대해 "나를 우주인 이소연이 아닌 인간 이소연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내가 덜렁거리고 실수도 많이 하니 '진짜 우주를 갔다왔느냐'고 묻기도 한다"고도 전했다.

이 씨는 그러나 MBA를 마친 이후에도 당분간은 외국에 더 체류할 계획을 내비쳤다. 필요한 공부를 더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 저로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좀 더 도움이 되기 위해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 씨가 미국에서 MBA를 공부한 것과 관련해 "체계적인 과학 인재 육성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美 버클리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우주인 이소연 씨·사진 이소연 씨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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