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에 결혼이주한 외국인 여성들도 한국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인 16개 단체가 글로벌커뮤니티협회를 창립한 것은 이주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국민들이 함께 이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주말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글로벌커뮤니티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와타나베 미카(53) 씨는 21일 "협회는 각지에서 활동하는 이주여성 단체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한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심사숙고한 끝에 창립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커뮤니티협회는 물방울나눔회와 톡투미, 주한몽골이주여성회, 다문화여성연합, 생각나무BB센터 등 한국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단체들의 연합체이다.

물방울나눔회는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과 미카 씨, 현재 톡투미 회장인 스리랑카 출신의 이레샤 씨 등 3인이 공동으로 만든 단체로 현재 미카 씨가 회장을 맡고 있고, 몽골이주여성연합회는 몽골 출신의 이 라 경기도의회 의원이 대표이다. 각각 회원 수는 500명 안팎에 이른다. 다문화여성연합이나 BB센터 역시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단체들이 모인 글로벌커뮤니티협회 초대 회장에 미카 씨가 선출된 것은 그의 한국 이주가 남들보다 빠른 이유도 있지만, 20여년 동안 그가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유한대학교에서 10년째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현재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학생들과 함께 한-일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고, 지난해에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명성황후 1인극을 펼치기도 했다.

또 한일문화교류회에서 활동하며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고, 물방울나눔회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 인사동과 청계광장, 강원도 홍천 등지에서 '문화나눔마당' 행사를 해마다 열었다. 문화나눔마당은 주로 각국을 대표하는 음식과 의복 등을 소개하는 행사로,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미카 씨와 한국과의 인연은 그의 부친이 일제 강점시절 함경북도 나진에서 태어나 조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버지는 조선에 대해 일종의 향수를 품고 계셨고, 어릴 때부터 간간이 들은 조선에 대한 아버지의 기억이 내게로 전해져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고 말했다.

중학시절에는 일제 식민통치 치하에서 조선인들이 신앙을 지킨 이야기인 '불사조처럼'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고, 취미로 시작한 연극 활동에 참여하면서 일본 연극의 주역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일조선인 2세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졌다.

1987년 대학 졸업 후 NGO 단체를 따라 한국에 처음 왔다 이듬해 "거의 무작정" 한국을 다시 방문한 그는 동국대학교 연극과 대학원에 청강생으로 공부할 기회를 얻었고, 이듬해 한국인 남편을 맞이했다.

그는 2007년 전후로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에는 몰랐던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갖게 됐고, 2009년부터 KBS 프로인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하면서 이 프로 출연자들의 친선모임으로 물방울 나눔회를 만들게 됐다.

그는 "이후 모임은 친목에서 한국사회와의 나눔으로 확대됐고, 도움만 받는 존재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사회를 위한 일을 찾는 쪽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지금도 물방울나눔회는 각종 봉사활동과 문화활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바자회 등을 통해 어려운 가정을 돕고 있다.

그는 글로벌커뮤니티협회 초대 회장으로서 "이주여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주민을 위한 정책 개발과 제언에도 힘쓸 것"이라며 "쉽지는 않지만 2년 임기 동안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좀 더 행복해지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카 씨는 또 개인적으로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청강생으로 공부하면서 일본 연극 기원인 기악(伎樂)의 음률과 가사의 발음이 한반도 삼국시대부터 전해진 제례악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두 나라 연극 등 문화교류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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