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규 BMW 디자이너 "자동차엔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BMW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양산차를 디자인한 강원규(38)씨는 "소비자가 자동차에서 접하는 모든 것에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있는 만큼 자동차엔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독일 BMW 본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직접 디자인한 BMW 4시리즈 쿠페를 갖고 17일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미메시스 뮤지엄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 참석했다.

강씨는 이번에 국내 출시하게 된 4시리즈 디자인에 대해 "가장 BMW다우면서도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점을 신경써서 다뤘다"고 강조했다.

차체의 주요 비례감은 BMW 쿠페의 전통 포맷에 충실하지만 'ㄴ'자형 후미등, 전조등 안의 더블코로나링, 키드니 그릴 등은 미래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는 "4시리즈(구 3시리즈 쿠페)는 BMW의 대표차종 중 하나로 브랜드 및 차종의 전통과 미래의 융합이 필수적이었다"며 "4시리즈는 특히 스포티한 전통의 BMW 쿠페가 미래적으로 재해석된 느낌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MW의 미래 자동차의 콘셉트를 '진정성'(Authenticity)이라고 단언하며 "진실이 담긴 제품,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는 철학을 앞으로 더욱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현재 650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는 독일 뮌헨의 BMW연구소 AG 디자인부서에서 8년째 BMW 차량 외관디자인을 맡고 있다.

같은 팀 내 한국인 동료인 임승모씨를 비롯, 6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뮌헨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직접 디자인한 양산차를 선보인 사람은 강씨가 유일하다.

강씨는 "지난 휴가 기간에 한국에 2주간 머물며 길에서 보이는 한국 자동차의 세련된 디자인에 많이 놀라고 자극도 받았다"며 "전반적으로 스타일 측면에서 한국차는 전에 없이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 소비자들이 아직은 보수적인 중형 세단형 승용차를 많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동기를 묻자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자체에 무한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슈퍼 스포츠카보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들을 좋아했다"며 "BMW 이미지를 미래형으로 탈바꿈한 한장의 사진을 보고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 사진은 1991년형 3시리즈(E-36)와 8시리즈(E-31)가 함께 나온 사진이었다.

강씨는 미국 디자인 아트센터 칼리지 유학 당시 졸업전시작품을 본 BMW 수석디자이너의 입사 제의와 본사 인터뷰를 거쳐 곧바로 BMW 디자인 스튜디오에 합류했다.

강씨의 졸업작품은 미국 머슬카의 아이콘 쉐보레 '카마로'였는데 이 역시 그 차 고유의 전통적인 요소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었다.

강씨는 "BMW 디자인 스튜디오는 방대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시각, 촉각을 통해 접하게 되는 모든 것에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있다"며 "조직보다는 개개개인의 업무능력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디자인에 눈이 멀어 사리분별이 어려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BMW다움'을 잃지 않는 선배들의 통찰력과 충고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강씨는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디자이너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고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를 매개로 꿈을 꾸는 것"이라며 "자신만의 꿈이 있듯 사물을 보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나가고 나아가 자신만의 디자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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