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스페를링 "그분들을 만나 한국 이해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파독 광부·간호사 분들을 만나면서 한국과 그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제 부모님 또래의 한국 어른들을 만나본 적이 없는데 만날 때마다 따뜻한 음식을 내주시는 모습에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었죠."

독일 곳곳에 거주하는 파독 광부·간호사의 사진을 찍어 지난해 독한협회 주최 '파독 50주년 사진전'에 출품한 독일 입양인 사직작가 김 스페를링(한국명 김춘기·38) 씨는 17일 연합뉴스와 만나 "상당수 분이 나와 같은 70년대 중반에 독일로 왔고, 아마도 내 부모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찍은 사진 속에는 간호사에서 의사·레스토랑 주인·사회복지사로, 광부에서 작가·농장 주인이 된 이들이 카메라 건너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시선을 건네고 있다.

"저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는데 그분들도 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더군요. 인터뷰를 하고 사진만 찍을 생각이었다가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 경험을 이야기하고 위로하는 자리가 됐어요. 아무 상관이 없는 분들인데도 제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더군요."

1975년 태어나 생후 6개월이던 1976년 독일로 입양된 김씨는 2008년 입양인 지원단체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얼마 전 딸을 얻었다.

아시아인이 별로 없는 지역에서 자라면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그가 모국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우연한 기회로 동포 2세인 펠리스 박 등 한국 작가들과 함께하는 그룹 전시에 참여하면서다.

한국과 관련된 사진을 전시해야 하는데 한국에 대한 지식도, 기억도 없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입양될 때 갖고 있던 입양 서류, 고무신 등을 찍어 전시했다.

한국에 관해 너무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6개월짜리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찾아 한국에 왔다. 학기를 마치고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하며 입양인 게스트하우스에서 6개월을 더 지내면서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입양인들에게 한국 방문은 일생일대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입양인은 그저 방문객일 뿐이죠. 모국이 그리워서, 뿌리를 알고 싶어서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이후 '우리나라', '독도' 등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의뢰를 받아 찍은 작품 이외에 그가 스스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한국과 관련돼 있다.

지난 2일 한국에 들어온 그는 요즘 한국으로 영주귀국한 파독 광부·간호사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독일에서 열린 파독 50주년 사진전에서는 독일에 거주하는 파독 광부·간호사가 주인공이었지만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이들의 모습도 궁금하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대한 그의 답변에는 한국에 머물고 싶은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순간을 담고 싶어요. 이벤트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남북의 만남이 어떨지 궁금해요. 그다음에는 제가 태어났던 병원부터 한국을 떠난 김포공항까지. 제 인생이 시작됐던 길을 되짚어보고 싶어요. 당시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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