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최초 뉴욕주 선출직 정치인…이화여대서 강연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그동안 많은 한인 선배의 도전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이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로 보면 여러 번의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한인이 뉴욕주 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지난해 말 한인 최초로 뉴욕주에서 선출직 정치인이 된 론 김(34) 하원의원은 재외동포재단 주최 '2013 재외동포 저명인사 순회강연'에 초청받아 7일 방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에서 '투지와 인내'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한인들 선출직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한인사회가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했기에 당선될 수 있었다"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려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끈기와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6년 7살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2006년 뉴욕시의회 정책분석관을 시작으로 뉴욕주 지역사회 담당 디렉터, 뉴욕주지사실 퀸스지역 담당보좌관으로 일하며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만들어왔다.

그는 "한인으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하원의원에 도전하면서 '한인 최초'라는 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한인을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겠다는 점을 역설했다"며 '누군가'가 되는 것보다는 '어떤 일을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 이민 1세대 한인들이 '한인' '한인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한인 정치력이 성장해온 것을 사실이지만 그는 한국 사람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다는 점을 내세웠고 이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는 것.

현재 뉴욕주 의회의 유일한 아시아인이기도 한 김 의원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적으로 미국 사회에 주인의식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며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한 1.5세, 2세들의 정계 진출이 점차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모님이 미국으로 이민한 것은 오로지 외아들인 제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어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라고 일부러 아시아인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셨습니다. 그 덕분에 여러 문화의 좋은 점을 골라 배울 수 있었죠."

그는 뉴욕 한인사회의 이슈로 '노인 주거' 문제와 '소기업' 문제를 꼽았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이민자의 소기업을 키워주기보다는 규제를 늘려가고 있고, 미국의 사회안전망을 믿고 이민한 노인들도 기대했던 만큼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회에서 아동·가정위원회, 주택위원회, 정부운영위원회에 속해 있는 김 의원은 "놀랍게도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중 5분의 1은 한국으로 치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어 공공주택 보급 문제가 시급하다"며 "앞으로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어가 유창한 그는 "한인 커뮤니티와 많이 교류하고 소통하겠지만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한인 커뮤니티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돌보며 당당한 정치인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인에게는 지금의 국제사회가 원하는 '끈기' '성실함'이 내재돼 있습니다. 자신만의 장기적인 목표를 가진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작은 실패에 절망하지 않으면서 결국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김 의원은 8일 청주외국어고등학교와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강연한 뒤 9일 출국한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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