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체질 개선' '관광객 유치 찬물' 전망 교차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무(無) 쇼핑, 무(無) 옵션'.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제주도의 A 여행사가 이달 새롭게 바꾼 제주 여행상품의 주요 골자다.

이 여행사는 1일부터 적용되는 중국의 여유법(旅遊法)에 맞게 미리 여행상품을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여행 보호를 위해 개정한 여유법을 시행, 여행사에서 쇼핑장소를 지정하거나 쇼핑일정을 배정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쇼핑 횟수 역시 제한됐다. 안내원 등이 별도의 수수료를 걷을 수 없으며, 관광객 옵션항목 배정과 숙박호텔의 현지 변경도 불가능해졌다.

화교 출신의 이 여행사 대표 왕계송 씨는 "20년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단체 관광객을 모집해왔으나 이런 여행 상품을 짜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새 상품에는 그간 비중이 꽤 높았던 무료 관광지 옵션관광이 전혀 없다. 대신에 시설이 잘 갖춰진 유료 관광지 관람으로 일정을 채웠다.

물론 쇼핑일정을 모두 빼 구성했다. 다만 관광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지정된 쇼핑지에서 별도의 쇼핑관광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만든 이 여행상품의 가격은 3박4일에 90만∼120만원. 예전보다 가격이 1.5배 높아졌다.

왕 대표는 여행상품 가격이 올라 중국 관광객 수가 줄 수 있어도 고급 여행상품이 개발돼 관광산업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중국 현지나 국내 업계 간 출혈 경쟁을 하거나 자체 관광객 유치 능력 없이 저가 또는 덤핑을 해온 기형적 여행업계 구조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여행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체 관광객 중심으로 비교적 큰 규모로 영업하는 한 여행사는 지난달부터 나타난 중국의 전세기 취항 축소와 맞물려 호텔 예약 취소사례가 쇄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여행사는 저가의 여행 상품에 쇼핑 관광이 포함된 기존의 상품을 새롭게 구성하고 수지타산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제주발전연구원 신동일 연구위원과 정지형 책임연구원은 여유법 시행으로 중국 여행사가 판매하는 제주 여행 상품의 가격이 30∼50% 올라 제주를 찾는 패키지 단체 관광객이 40∼6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안내원에게 수수료를 주고 관광객을 끌어온 쇼핑매장도 타격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중국의 여유법 시행이 제주관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와 제주 관광업계의 체질 개선에 도움될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는 상태다.

다행히 시행 초기,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에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예상외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국경절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항공편과 크루즈선으로 중국 관광객이 몰려 연휴 기간 총 7만여 명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 기간 부정기편을 포함한 국제선 항공기 117편의 좌석이 80%가량 예약됐다.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국제 크루즈선도 5차례 제주항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국경절 연휴의 중국인 관광객 4만7천995명과 비교해 46% 정도 증가한 것이다.

도내 관광업계는 여유법 시행이 제주관광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적어도 한 달, 길게는 두 석 달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 과정에서 여유법이 완화되거나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에다 새로운 틈새를 노린 다른 형태의 저가관광도 생길 우려가 있는 등 아직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여유법이 도내 관광산업 구조개선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개별 관광객 시장 전환에 대비한 마케팅 전략 수립과 고부가가치 테마여행상품 개발 등 제주 차원의 차별화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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