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세계의 것, 프로화가 시급합니다"

 
 

(대전=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태권도는 단군 이래 한민족에게 주어진 가장 큰 무기입니다. 전 세계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책임감을 줍니다. 이제 태권도는 한국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입니다."

멕시코 전역에는 태권도장이 3천500여 개가 있다. 여기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멕시코인은 인구의 10%를 넘는 150만 명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를 이렇게 태권도의 나라로 만든 이는 바로 문대원(70) 사범이다. 지난 44년 동안 30만 명의 제자를 배출했고, 이 가운데 유단자가 4만여 명이 넘는다. 그는 이 나라 전역에서 450개의 도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문 사범은 멕시코에서 '태권도의 전설', '멕시코 태권도 대통령', '그랑 마에스트로'(대사부)로 불린다. 세계태권도연맹(WTF) 기술위원장이며 집행위원인 문 사범이 국민생활체육회(회장 서상기)가 주최하는 2013 세계한민족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고국을 찾았다.

체육공로자로 선정돼 이 축전에 특별초청된 그는 30일 한민족명랑운동회가 열리는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기자와 만나 '태권도의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태권도는 한국에서 전 세계인에게 주는 큰 선물"이라며 "언어·문화·인종·빈부의 격차 등 모든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무술"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이런 태권도를 유일하게 홀대하는 나라가 종주국인 대한민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충남 홍성 출신인 문 사범이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전중학교 시절로 올라간다. 당시 '생활체육'으로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1962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때 유학차 도미했다. 텍사스주립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공인 태권도 2단의 그는 이듬해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무술대회에 우연히 출전해 우승했다.

"당시 태권도는 미국에 이름이 없었고, 대부분 일본인이 전파한 가라테가 판을 치던 시대였어요. 경량급과 중량급으로 나눠 호구도 없이 맞붙었죠. '깡다구'와 빠른 몸놀림, 두려움을 주는 격파술로 경량급을 휩쓸었어요. 중량급 챔피언과의 통합전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는데, 키가 2m가 넘는 거구를 넘어뜨리고 두꺼운 벽돌을 손날로 깨뜨리자 미국이 난리가 났죠."

무술 잡지의 표지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고, 전국의 무술대회에서 초청장이 쇄도했다.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멕시코 무술대회에까지 초청을 받았다.

1968년 멕시코 땅을 처음 밟은 그는 이듬해 정식 사범으로 이 나라에 정착했다. '코리안 가라테'로 아는 태권도를 멕시코인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무덕관'이라는 태권도장을 열었다. 도장 정면에 붙어 있는 일장기와 일본 가라테의 전설인 마부니의 초상을 떼어 버리고 태극기를 붙여 나갔다.

"처음에는 수련생 대부분이 가라테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동호인들이었어요. 1959년부터 보급된 가라테는 알고 있어도, 태권도는 생소한 동호인이 많았죠. 하지만 제게 배운 제자들이 1969년부터 1975년까지 멕시코 전 무도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태권도가 가라테를 앞섰죠."

이어 제1회·2회 세계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1973년·1975년)에서 멕시코가 3위를 하면서 멕시코에는 태권도 돌풍이 불었다. 이에 힘입어 문 사범은 1976년 '멕시코태권도협회'를 창립했다.

'문대원컵 전국태권도대회'도 타오르는 태권도 열풍을 부추겼다. 또 집 없는 멕시코 소녀들이 2∼3년간 머물며 직업교육을 받는 기숙학교나 한국 수녀가 운영하는 기숙학교 등을 찾아가 태권도를 가르쳤다.

이후 그는 다혈질의 멕시코인들에게 태권도 정신을 심어주며 모범적인 멕시코인들을 배출했다. 이런 공로로 멕시코 정부로부터 훈장과 표창장을 받았고, 한국 정부도 그를 초청해 포상했다.

문 사범은 최근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자리매김했지만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태권도의 프로화'를 주창하고 있다.

"4년 만에 1명씩 스타가 나오는 올림픽 시스템으로는 태권도가 빛을 볼 수가 없어요. 올림픽보다는 더 재미있는 태권도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축구처럼 지역별, 국가별 프로화가 시급합니다."

문 사범은 우선 지난해 3월 멕시코에서 세계 최초의 프로 태권도 리그를 출범시켰다. 세계적인 인터넷 방송국 테라와 케이블 채널 TVC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Tk-5'가 그것이다.

"강원도 태권도팀의 박계희 씨와 실업팀의 김태일 씨가 고안한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1회전은 체급별로, 2회전은 체급 제한 없이 싸우도록 했죠. 경기가 박진감과 스릴이 넘치자 관람객이 열광했어요. 멕시코 전역의 체육관에는 태권도 경기를 보려는 관중으로 꽉꽉 들어찼어요. 올림픽이 끝나도 계속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모두가 만족했죠. 다른 차원에서 태권도가 세계로 전파하기 시작한 겁니다."

태권도 프로화와 함께 문 사범은 검은 띠를 딸 수 있는 승단 시험을 까다롭게 치르고 있다. 단순히 무술 실력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역사에 대해 논문을 쓰고, 3일간 금식과 함께 3대1의 대련을 통과하도록 했다. 15살 미만의 청소년들은 학교 성적이 80점 이상 돼야 검은 띠를 딸 수 있도록 엄격한 자격을 뒀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7월까지 TK-5는 시즌 3번째를 맞는다. 이 대회 준비 중에 한민족축전에 참가한 그는 "경복궁, DMZ, 족보박물관 등을 둘러보면서 다시 한번 한민족이라는 자긍심을 느꼈다"며 "축전 프로그램에 태권도도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태권도 정신을 통해 멕시코인들의 삶을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인생에서 승자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얻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순간마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도로서 태권도 정신을 가르친 것이 많은 멕시코인을 변화시켰다고 봅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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