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김원웅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된 것!”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친일 잔재 청산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과거 친일파 행적들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광복회(회장 김원웅)가 친일 찬양 금지법을 마련하고 친일파 행적 바로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찍이 지난해 8월 29일 경술국치일 109주년을 맞아 “우리 안의 친일이 적보다 더 무섭다”면서 “광복회 차원에서 ‘친일찬양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후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사회 저명인사가 등장하는 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야기하기도 했다.

광복회 김원웅 회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좌), 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우) 등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찬양 금지법’ 제정에 대해 21대 총선 후보자들의 의향을 물었던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광복회 김원웅 회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좌), 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우) 등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찬양 금지법’ 제정에 대해 21대 총선 후보자들의 의향을 물었던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원웅 회장은 작년 경술국치일 109주년을 맞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선열추모제전’ 대회사를 통해 친일 찬양 금지법 제정에 대해 “이 법 제정에 주저하는 자는 스스로가 ‘나는 토착 왜구다!’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이라며 해당 법안의 제정을 추진할 것을 공언했다.

과거 14대와 16대, 17대에 걸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원웅 회장은 광복회장에 당선된 직후에도 ‘친일찬양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김원웅 회장은 다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가 주최가 되어 조사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1109명 중 절반 가량의 후보자가 현충원 내 친일파 묘의 이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광복회가 이번 4.15총선을 맞아 전국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 1109명 모두를 대상으로 ‘친일 행위의 국립현충원 안장 불가 및 이장, 단죄비 설치를 위한 법률(국립묘지법, 상훈법)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다. 광복회가 주최한 이번 설문의 제①항은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자를 형사 처벌하는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설문 제②항은 국립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반민족 인사의 이장 및 친일행적비를 설치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및 상훈법 개정에 대한 것이다.

광복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7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 답한 후보자는 절반이 조금 넘는 568명(총 응답률 51.2%)으로, 이중 546명이 친일파 묘의 이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9명, 모름은 13명이었다.

반면, 21대 총선 후보자 중 541명은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찬성률은 전체 후보자수 기준으로는 49.2%이지만, 응답 후보자수 기준으로는 96.1%에 달한다. 거대 양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84.1%,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46.6%가 찬성했다(전체 후보자수 기준).

광복회는 설문조사에서 “현행 ‘국립묘지법’은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를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국가가 국립묘지를 설치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운영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 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중 11인(김백일·김석범·김홍준·백낙준·백홍석·송석하·신응균·신태영·신현준·이응준·이종찬 등)은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이어 “현행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이미 국립묘지에 안장된 경우라도 이장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를 둠으로써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라고 설문 취지를 설명했다.

광복회가 이날 발표한 설문을 정당별로 분류해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역 출마자 253명 중 214명이 응답(84.5%), 이중 213명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모른다는 응답은 1명이었다. 설문에 답하지 않은 후보는 39명이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전체 후보자 236명 중 118명만 설문에 답했다. 설문에 응한 118명 중 찬성 의견을 밝힌 후보자는 110명이다.(반대 3명, 모른다 5명). 그 외 118명은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

민생당과 정의당, 민중당 후보들도 ‘국민묘지법 및 상훈법’ 개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이중 민중당은 58명 지역출마자 전원이 설문에 참여해 100% 찬성 의견을 내놨다. 민생당은 58명 중 37명(63.7%), 정의당은 76명 중 53명(69.7%)만 설문에 응했으나, 참여한 후보들은 민생당 1명(모름 응답)을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한다고 답했다.

우리공화당의 경우, 전체 후보자 42명 중 7명만 설문에 답해 저조한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우리공화당 후보들은 모두 찬성의견을 내놨고, 이밖에 무소속 38명과 원외정당인 국가혁명배당금당 21명, 노동당 3명, 친박신당 2명, 가자!평화인권당, 미래당, 충청의미래당, 공화당, 기본소득당, 한나라당에서 각각 1명씩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21대 총선에서 보수세력의 대표성을 지닌 인물 가운데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홍준표 전 대표는 무응답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역 의원 중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 설훈, 우원식, 허소, 전상헌 의원과 통합당 강민국, 이인선 의원, 민생당 박지원 의원, 무소속 김현기 의원이 그들이다.

대선급 후보들의 출마로 관심을 모은 서울 종로구의 경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찬성 의견을 냈으나,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는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외조부의 친일행적 의혹이 제기돼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서울 동작을 나경원 통합당 후보도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응답자 중 유일하게 안산시 단원구갑 고영인 후보가 ‘모름’이라고 답했고, 미래통합당에선 서울 중랑구을에 출마한 윤상일 후보와 강승규(마포구갑), 이중재(인천 계양구갑) 후보 3인이 반대 의견을 냈다. 서울 구로구을에 출마한 김용태 후보와 김척(부산 사하구갑), 권명호(울산광역시 동구), 임명배(경기도 화성시을), 한기호(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 후보 등 5인은 질문에 ‘모름’이라고 답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이정현, 김성식, 윤상현, 권성동, 정태옥, 홍준표, 곽대훈, 정용기, 이용주, 김성환 후보 등은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친일청산 없이는 국민 통합 못한다”면서 “이번 친일 찬양 금지법을 시작으로 친일파 행적 재조사와 친일파 재산 환수 등 사회적으로 제기됐던 친일파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했던 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는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정희(일본명 다카키마사오)를 심판했던 김재규 장군에 대해서도 역사적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는데 저는 동의한다”면서 “지금 광복회에 들어와서 서울지부를 맡고 있는데,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고 역사적 평가들이 올바로 돼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는 것”이라고 과거 청산에 대한 의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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