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된 서울구치소 정문 앞은 보수 진보로 갈려져...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양승태가 구속 수감됐다. 질문하는 기자들을 뿌리치고 법원으로 들어갔던 양승태는 다시는 나오지 못할 신세가 됐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포토라인은 안중에도 없이 곧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달려들며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에게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묵묵부답 법정으로 직행했다.

양승태 구속영장은 24일 오전 2시쯤 발부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남은 검찰 조사 및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교정당국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오후 4시 무렵까지 5시간 30분가량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앞에는 극우와 진보 양대 진영의 많은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앞에는 극우와 진보 양대 진영의 많은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때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는 “양승태 구속! 박병대 기각!”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이날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는 이른바 태극기부대로 알려진 극우보수 세력 지지자들 수백명이 몰려들었고, 진보진영에서도 수십명이 몰려들었으나 경찰의 질서유지로 상호간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다만, 진보진영은 진보진영대로, 극우진영은 극우진영대로 저마다 자신들의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이용해서 서울구치소 정문 앞 정경을 인터넷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비록 장비는 단촐하지만 방송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표정만큼은 KBS나 MBC, SBS 방송 기자나 리포터, 앵커 등과 비교해도 방송인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양승태 구속!” 외침이 들리자 서울구치소 정문을 섭리로 놓여진 앞 2차선 출입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진영의 반응은 완전히 상반됐다. 먼저 극우 진영에선 통곡과 함께 저주의 고함소리, 섬뜩한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나라가 완전히 망했다!” “문재인을 잡아 가둬야지, 양승태가 무슨 죄가 있나?” “김정은 데려온다는 놈들이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었다!” “저 좌파 ××들을 총으로 다 쏴 죽여야 해! 다시 정권 잡으면 저 좌파 ××들 싸그리 쏴 죽인다!” 등 차마 언론에 공개하기도 민망한 고함들이 고요한 검은 하늘을 향해 퍼져나갔다.

천안에서 왔다는 태극기집회 회원 한 모씨는 자신이 몰고온 SUV차량에 기대어 통곡하면서 ‘망했다. 나라가 망했어’를 계속해서 독백하다가 본지 기자가 “나라가 왜 망했느냐?”고 묻자 “지금 보면서도 모르나? 언론이니까 솔직히 말해봐라, 박근혜 대통령님이 뇌물 한푼 안 먹었는데 저 안에 갖혀서 온갖 고초를 다 받고 있고, 양승태까지 잡아넣었다. 이게 나라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는 혼잣말을 하듯 “황교안 이 죽일 놈! 어쩌다 나라를 이렇게 엉성하게 넘겨줬냐?”면서 다시 본지 기자를 향해 “지금 황교안 이놈이 당대표 나올 때가 아니다. 애초 권한대행 때 문재인을 제압했어야 했고, 그렇게 못했으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다 내가 잘못했다’고 양심고백을 해야 저 안에 박근혜 대통령님이 나오실 수 있는 거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님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권력에 눈이 멀어 당대표에만 혈안이 돼 있는 거다. 천하의 나쁜 놈 같으니...”라고 황당무계하게 황교안 전 총리를 향해 막말과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반면, 진보진영은 축제분위기였다. 곳곳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 나오고, 서로를 부둥켜안기도 했다. 서로 마주보며 “고생했다!” “법원이 이번 딱 한 번 제대로 했네” 등 저마다의 소감을 감격스럽게 쏟아냈다. 일부 인원들은 극우진영에서 날아온 욕설을 되받아치기도 하고, 험악한 고함에 삿대질로 맞상대를 하며 자칫 충돌의 분위기까지 연출이 됐지만, 경찰의 재빠른 질서유지로 현장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양승태가 구속됨으로써 이제 수용자 양승태의 처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피의자는 간이 신체검사만 받고서 수용동에 들어가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린다. 이때까지는 일반 수용자와는 다르므로 수의(囚衣) 대신 운동복이 지급된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면 구치소 내 신분도 미결수용자로 바뀌게 된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라고 하지만 입소 절차는 일반 수용자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식 수용자가 되어 구치소내의 수용 규정과 절차에 따라 다양한 검사와 입소절차를 거치게 된다.

교정본부 설명에 따르면 양승태는 입소자 신분으로서 먼저 교도관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는다. 이후 신체검사를 받고 샤워를 한다. 이때 갖고 들어온 물품은 모두 따로 보관(영치)하게 된다. 샤워를 마치면 미결수용자용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서 수용자 번호를 가슴에 달고 수용기록부에 붙일 사진을 촬영하는데 이를 ‘머그샷’이라고 부른다. 이어 간단히 수용시설 안내를 받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생활하게 될 본인의 수용실에 입실하게 된다.

구치소 측은 안전 등 수용관리 측면과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예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독거실(독방)을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으로 고위층이었거나 재벌, 범사회적 관심사건, 국가보안법 위반자, 시국사범 등은 혼자 기거하는 독방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10.08㎡(화장실 포함·3.04평) 면적의 특별히 마련된 독거실을 사용하고 있다.

양승태가 입소 후 배정받을 거처는 독거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독거실과 혼거(여러명이 함께 1개의 거실)방에는 각각 규정에 따라 TV와 거울, 이불·매트리스 등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이 비치되고, 각 거실마다 외부 감시가 가능한 화장실이 딸려 있다.

수용자 신분이 되면 평일에는 일과시간에 변호인 접견이 가능하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변호인 접근이 제한된 가운데 대부분 시간을 홀로 방에서 지내야 한다. 일반 접견은 주말도 가능하지만 하루 1회, 5분에서 10분 남짓으로 제한되며, 하루에 1회 제한으로 인해 차후에 신청한 접견은 허용되지 않는다.

구치소와 교도소(일명 감방) 등 수용시설에 수감된 이들에게도 돈은 필요하다. 수용시설에 수감된 수용자 신분이 된 양승태의 경우 자신이 입소 당시 소지했던 돈이나, 영치금 등을 사용해서 교정기관에서 허가된 과자나 음료, 육류, 과일과 양념류 등을 구매해서 먹을 수 있고, 특히 교정시설 수용기간 동안 입맛이 없을 경우, 교정시설에서 인가된 간장이나 고추장, 구운김, 절임반찬 등을 콩밥(교정시설에서 주는 식사)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을 당시 심리적인 이유로 제때 식사를 할 수 없어 구치소내에서 판매하는 귤만 먹으며 생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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