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국정감사 시즌2인가? 결과가 없다”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2019년 정부의 470조 수퍼예산을 두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일째 정부를 상대로 질의에 들어갔지만, 국회 여야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아직도 국정감사가 안 끝난 거냐?’ ‘문재인 정부 발목 잡기 이외에 아무 것도 결과가 없다’는 등의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가 지난 5일부터 본격적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이하 예결위)의 이틀차 종합정책질의에 대한 국민들 평가는 부정적이다. 국회 여야는 이틀동안 전국민이 생방송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지켜보면서 “국회 여야가 예산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질의보다는, 정부 현안에 대한 질타와 추궁뿐”이라면서 혹평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날선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난 5일에 이어 6일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고함과 삿대질이 경합을 이루었고,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형님, 도와주세요”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언론에 포착되면서 혈세를 내기 위해 허리가 휘고 있는 국민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모양새다.

팽팽한 기싸움,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과 이낙연 총리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9년 정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서로 노려보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팽팽한 기싸움,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과 이낙연 총리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9년 정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서로 노려보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 예결위는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틀째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대다수가 참여,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단 공격에 나선 야당의 쏟아지는 질의의 대부분은 이낙연 총리와 김동연 부총리를 겨냥했다. 특히 최근 사퇴설이 불거지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에게는 ‘엄중한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곤혹’을 주입하려는 질의가 많았는데, 이는 연일 제기되는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관계와 동반사퇴 가능성 등 이른바 ‘김앤장 폐업’에 관련 질문이 주를 이루면서 예산심사회의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의 연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동연 부총리는 자유한국당에서 이같은 사안들로 공격을 할 때마다 “제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넘겼는데, 이는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인 만큼 말을 아낀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대목도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에 대해 ‘사의를 표명한 적 있냐’는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의 노골적인 질의를 받고 “현재 고용상황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런 의사를 전달한 적 있다”고 답했는데, 이에 앞서 김동연 장관은 지난 8월 사의설이 불거지자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답변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에 더 나아가 ‘내년도부터는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선 “딴 사람의 이야기는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장하성 실장은 자기의 희망을 표현한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김동연 부총리는 내년도 정부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의미를 봐달라”는 호소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특히 내년 정부 예산을 사정없이 삭감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일자리안정자금이 올해(2조9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2조8000억원이 편성된 것을 지적을 받고 “최저임금에 크게 오름에도 불구하고 줄여서 편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예결위는 자유한국당의 이은재 의원이 국민들을 즐겁게 했다. 먼저, 이낙연 총리가 이날 ‘광주’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서 “먼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저지른 성폭력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마음으로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낙연 총리는 그러면서 “1980년 5월 광주에 불의하게 동원된 국가권력이 여성들의 삶을 짓밟았고 피해를 당한 여성 상당수는 폄범하게 사는 게 꿈인 어린 소녀, 젊은 여성도 있다”면서 “삶을 빼앗긴 여성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이에 더 나아가 “내일 국방부장관이 담화를 통해 정리해서 말할 것”이라며 “정부는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 가능한 최대한 치유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때까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의석에서 아무런 소음이 없었다.

이낙연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하면서 “노동개혁 성패는 ‘광주형 일자리’에 있고 연내에도 (성과가) 가시화되면 ‘경남형 일자리’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정부와 국회 여야가 함께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지난 4일 첫 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와 광주형 일자리 정착 등을 합의한 바 있는데, 여기서 ‘광주형 일자리’란 임금 수준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광주 지역에서 광주시-현대자동차 민관 합동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을 말한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저녁 시간을 넘기면서는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낙연 총리가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농담을 던지면서 여야 의원들이 설전에 나섰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낙연 총리는 장제원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장제원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상태로 소리치자 “제 마이크보다 의원님이 마이크 없이 말하는 것이 더 크게 들린다”고 여유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에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발끈하여 사과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장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장제원 의원의 질의 태도와 방식 등을 문제 삼으면서 여야 의원들의 언쟁으로 번졌고, 안상수 예결위원장의 중재 끝에 논쟁이 일단락됐지만 다시 발언 기회를 얻은 장제원 의원은 “제 질의는 일자리 예산을 분석한 내용을 하는 것”이라며 “따지든 묻든 그건 민주당이 간섭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이에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이 “질의 내용을 가지고는 문제 삼지 않는다. 질의 방식에 있어서 취조하듯 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낙연 총리도 나지막한 특유의 음성으로 “오늘 위원장이 주최한 오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장제원 의원이 본인의 음성 크기에 대한 농담을 한 것이 생각나 농담한 것”이라며 “친근감에서 말한 것인데, 신중하지 못했다. 사과한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의 또 다른 발언을 두고 여야가 다시 설절을 벌였는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독특한 음성과 리얼표정으로 “교체설까지 나온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 4일 ‘시장에다가 경제를 맡길 수 없다’고 강변했다. 정말 이 청와대가 이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낙연 총리가 기다렸다는 듯 바짝 뒤따라서 “충분히 듣고 있다. 장하성 실장 말은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하는 ‘만’자가 있었다”이라고 ‘만’자에 강세를 더하여 대답하자, 노기가 오른 이은재 의원도 더욱 목소리를 높이면서 “총리님 하시는 말씀은 무슨 장하성 실장 대변인 같다”고 맞받았다. 역시 이은재 의원의 독특한 질의 방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금의 표정변화도 음성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 돌부처 같은 이낙연 총리는 “아니, 설명을 해드리려는 것”이라고 이은재 의원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 넘겨다.

이제 본회의장은 난리가 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거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이곳은 정부를 상대로 취조나 수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야당이 대변인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는데 이는 명예훼손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느냐”이라고 험악한 인상을 자유한국당측에 보여주며 항의하자, 야당의 이장우 의원은 “최고로 순화된 발언일 것이다. 국민들이 직접 나오셨으면, 아마 경제부총리는 멱살을 잡혔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본다”고 여당과 정부 인사들에 대해 손을 좀 봐줬다.

그러자 국회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빠질 수 없다는 듯 “여당은 경제를 망쳐 놓은 각료들에 대한 야당 의원의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면서 고함을 쳤고,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감싸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 아니다! 우리도 (박근혜 정부를) 감싸다 망했다. 너무 감싸지 마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당 예결위 간사 조정식 의원은 야당의 발언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하고 “총리를 비롯한 부처 내각에게 청와대 대변인이니, 또 내지는 경제부총리는 멱살을 잡힐 것이니, 이것은 좀 심한 얘기”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국회 예결위는 이같이 무정란을 생산했고, 7일부터는 속계되는 예결위는 정부 경제부처를 상대로 부별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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