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별수사단, 계엄문건 작성 기무사 압수수색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기무사 계엄령 관련 문건은 ‘군사쿠데타 시나리오’라는 주장이 국회에서도 튀어나왔다. 시민사회단체는 일찌감치 기무사 문건을 ‘내란음모예비’라면서 관련자를 모두 색출해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25일 계엄령검토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주요 부처를 압수 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의 한 소식통은 “특수단 소속 군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오늘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께까지 기무사령부 본부의 계엄 문건 작성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25일 국회에선 여야가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는 등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이제 진상규명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25일 국회에선 여야가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는 등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이제 진상규명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를 이끌고 있는 진보진영의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기무사 관련 대처에 긍정적인 생각이다”라면서 “과거 어떤 정부도 건들이지 못한 기무사를 기습적으로 압수수색까지 하고 있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기무사에 대해 철저한 진실공방을 통해 이번 ‘역적모의’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이미 기무사 문건 관련자들이 어느 정도 인물과 윤곽이 드러난 만큼 긴급체포하고 다시는 이런 역적모의가 발붙일 수 없도록 신속히 조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차와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점은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특수단은 지난 25일엔 문건 작성 관련자 사무실 뿐 아니라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해 컴퓨터 등 관련 자료를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은 문건 작성 테스크포스(TF)에 참여한 15명이다. 문건 작성 당시3처장으로 TF를 이끈 소강원 참모장(소장), 계엄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인 기우진 5처장(준장) 등이 포함됐다.

특수단은 이들 관련자 사무실과 자택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누구 지시로 문건이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이 계엄령 검토 문건과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누구와 이메일로 교환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한민구 전 국방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특수단은 기무사령부 압수수색에 이어 소강원 참모장 등 관련자들을 줄줄이 소환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서 여야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기무사 관련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25일 오후 김수민 원내 대변인을 통해 “기무사 계엄문건 청문회 개최 여야합의를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오늘 여야가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과 관련해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김수민 대변인은 이어 “국회 청문회 개최는 국민께 한치의 거짓 없는 진실을 알리고자 바른미래당이 가장 먼저 제안하고 앞장서서 이끌어낸 성과”라면서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처리 문제를 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지휘부 간 ‘진실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가열되고 있다. 어제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은 송영무 장관이 7월 9일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했고, 이에 송영무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벌어진 하극상에 대해 전제했다.

김수민 대변인은 나아가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은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면서 “바른미래당은 향후 청문회에서 문건이 어떠한 배경에서 기획되고 작성되었는지 진실을 분명히 밝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결기를 다졌다.

민주평화당도 이용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기무사 계엄문건 사태의 해법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나서 성역 없는 조사를 지시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이 공개석상에서 충돌하며 군 지휘체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와해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일침했다.

이용주 대변인은 나아가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민병삼 기무부대장이 계엄령 문건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각자 다른 답변을 내놓으며 서로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의 진실공방이 벌어졌다”면서 “국회에서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군 고위간부들이 서로 거짓말이라며 삿대질하며 싸운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기무사가 송영무 장관에게 대들었던 하극상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용주 대변인은 이런 하극상에 대해 “군 기강 차원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럴 때 일수록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어떤 작태도 용서해서는 안 되며, 오직 사실에 입각한 엄정한 조사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주 대변인은 기무사 문건에 대해선 “작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문건은 ‘단순 대비’ 차원이 아니라 계엄군 배치계획과 언론, 국회 장악을 포함한 치밀한 실행계획이었다. 심지어 해당 문건에는 국방장관으로 하여금 주한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하는 ‘외교전략’까지 포함되어 있다”면서 “명확한 내란 음모이자, 반민주적 쿠데타 모의였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해당 문건의 엄중함을 재인식하고, 전·현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엄정 처벌해야 한다”고 기무사 문건이 내란음모였음과 기무사의 행태가 군사쿠데타를 모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더 나아가 시민사회단체는 기무사 문건 관련 연일 이를 ‘내란음모’ 내지 ‘역적모의’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모두 처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는 기무사 문건에 대해 “얼마 전에 밝혀진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나 오늘 공개된 세부자료 문건은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하고 있는 계엄선포의 실체적 요건은 물론 절차적, 조직법적 요건조차도 제대로 준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그 내용 자체가 위헌”이라면서 “기무사는 가장 엄격하고 가장 협소하게 해석되어야 할 계엄 선포의 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마련했다. 계엄을 수행하는 과정 또한 헌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애초 기무사가 계엄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본연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시도를 단순히 기무사 단독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당시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갖고자 했던 청와대와 군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황교안 전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 당시 청와대와 군의 지휘 계통에 있던 책임자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연루 여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독립적인 수사단이라고 하지만, 이 사태를 군 검찰에 맡겨둘 수 없다. 현재 기무사 특별수사단의 수사가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 작성 책임자인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은 여전히 현직에 남아있다. 검찰이 하루빨리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시민들이 의연히 촛불을 들었던 것은 헌정 질서 회복을 염원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했지만 촛불집회는 단 한 차례의 폭력 시비 없이 평화롭고 비폭력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내란음모를 세우던 이들은 이러한 촛불 시민들을 진압해야 할 적으로 돌리고,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육군 중심의 군 통제 하에 두려 했다. 이토록 위헌적이고 초법적인 계획은 과거 군이 군사반란을 획책했던 그 시절로 한국 사회를 되돌리려 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기무사 문건을 ‘군사반란’으로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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