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미-북 단독 대화 대비해야”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미국과 북한의 비공개 접촉에서 우리나라가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발언이 화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북핵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하는 이유는 미국과 직접 협상하기 위함”이라며 “북한은 자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31일 오전에 방송된 CBS라디오 인기 시사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미국의 북한 대응 전략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미국이 그간 주장해왔던 북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은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어 “그 오판 때문에 중국에 북한의 책임을 넘기는 상황에서 북한은 마음 놓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한반도 종합적인 외교 문제를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한반도 종합적인 외교 문제를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또한 “불과 20여 일만에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2000km 증가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라며 “북한 미사일 수준에 대한 의견은 갈리지만 미국 쪽에서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과 같은 세부 기술까지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합동참모본부에서 고려하고 있다는 군사적 옵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군인들이 말하는 원점타격이나 정밀타격은 그저 말폭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어 “남쪽의 5000만 인질이 있는데 북한이 (원점 타격) 당하면 가만히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베를린 구상’ 폐기를 주장하는 야당을 향해 “야당은 꼭 매미 같다. 매미는 한 철만 사는데 한비자의 표현 중에도 ‘매미와는 사철을 얘기 못한다’는 말이 있다”라며 “베를린 구상은 5년짜리다. 미국도 지금 북한의 여러 가지 움직임으로 봐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지금쯤 하고 있다고 보는데 곧 대화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어 “야당도 국정을 생각한다면 향후 4~5년을 내다봐야 한다”라며 “우리 문제에 우리가 끼지 못하는 ‘코리아 패싱’을 방지하기 위해 대비책을 세워놔야 한다. 베를린 구상은 그런 점에서 남북의 접점이자 대화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날 JTBC 뉴스룸에 출현해서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중국 역할론을 미국이 주장한다고 해서 중국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미국하고 1:1로 동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하는 나라다. 그런데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얘기 아니냐? 중국의 역할론이나 책임론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서 핵을 포기하거나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면 여러 가지로 동아시아 평화에 좋기는 좋지만 그게 결국 미국을 좋게 하는 일”이라며, 중국 역할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어 “미국 좋은 일을 중국이 왜 하겠나? 간단하다. 복잡하게 정치 이론적으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중국 역할론이나 책임론은 그런 오히려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책임을 중국에 넘기기 위한 묘한 그 논리”라고 단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또한 “제 경험으로도 90년대 초에 북핵 문제가 터진 이후에 지금까지 관찰을 해 왔는데 압박을 해서 문제를 푼 적은 없다. 조금이라도 진전이 됐던 것은 결국 미국이 북한을 달래는 식으로 다가가서 대화 방식으로 얘기를 하다가 문제가 좀 풀릴 만하면 다시 또 무슨 다른 일이 생겨서 그게 스톱이 되기는 했지만 압박을 해서 굴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외교를 해야 된다”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다시 “그러니까 제재와 대화라는 것이 미국의 지금 최대 압박과 관여라고 하는 것과 지금 궤를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미국이 워낙에 압박을 강조하니까 우리도 제재라는 단어를 안 쓸 수는 없지만 우리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제재와 대화라고 하는 것은 대화에는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미사일을 쏘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긴장을 조성하면 국제사회가 제재 국면으로 들어갈 테니까 거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제재라는 단어를 안 쓸 수가 없지만, 그러나 이 국면이 조금 지나고 나면 결국은 미국도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그런 어떤 상황으로 넘어가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나아가 “금년에 그 사람들이 미사일을 10번 쐈다. 작년에는 핵 실험을 2번 했지만 금년에는 미사일을 10번 쐈는데 미사일을 쏘고 날 때마다 노동신문에 소개되는 북한의 언사를 보면 금년 내에 확실하게 미국을 압박해 가지고 미국이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말겠다라고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다시 “선택지는 대화밖에 없는데 일단 지금 상태에서는 미국이 UN 제재 결의를 선도한다든지 이럴 것이다. 그런데 벌써 중국이 거기에 대해서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 이사국 중의 하나인 중국이 거부하면 그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제 단독 제재로 들어가고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걸 채택할 거다. 그런데 세컨더리 보이콧이 북한에 압박이 되면 압박이 되는 대로 더 세게 반발할 거고 압박이 되지 않으면 압박이 되지 않는 대로 북한은 자기 계획대로 미사일 발사하고 필요하면 6차 핵실험도 하리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그때는 아마 북한을 불러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북한을 몰래 미국이 접촉한다는 시나리오에 대해선 “북한이 바라는 게 그거다. 통미봉남. 요즘 브로큰 잉글리시로 코리아 패싱이라 그러던데 북한이 바라는 바는 한국을 빼고 미국과 직접 1:1로”라며 “현재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다시 “지금은 바로 그런 행보를 취할 수가 없지만 한 두 달 지나고 나면 아마 이게 조금 지금과 같은 그런 격렬한 상황은 지나갈 거다. 그렇게 되면 미북 간에 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두고 그럴 경우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 거기에 개입을 한다고 할까 관여를 해서 적어도 대화가 시작될 때 빠지지 않고 N분의 1을 자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외교부는 그걸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미-북간 대화에서 우리나라의 역할론을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 선제타격론에 대해선 “그건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말로는 정밀타격이니 무슨 소시컬 스트라이크니 그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리고 군인들은 그런 얘기하기 좋아한다. 하지도 못하면서. 그런데 만약 타격을 하려고 할 것 같으면 북한에 지금 핵무기가 미국에서 10개 내지 20개 있다고 추정을 하는데, 그게 지하에 숨겨 있을 거 아닌가? 그게 어디 있는 줄 알고 때리나? 어디 있는 줄 알고 때리냐고, 그리고 잘못 때리는 경우에도 피해는 생기는 거 아닌가? 그러면 북한 가만히 안 있고 반격할 거다. 그럼 그게 제2의 한국전쟁이다. 그러니까 정밀타격을 해서 군사적으로 공격을 해서 북한을 손들게 만들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데, 과연 우리가 지금 5000만 인구를 가진 11대 경제 대국이 전쟁으로 이걸 폐허로 만들 용기가 있는지, 그럴 각오가 돼 있는지 그걸 반문하고 싶다”고 북한 선제타격론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다시 손석희 앵커가 과거 “북한 붕괴 후에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과의 협상카드로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 다시 말하면 중국의 어떤 여러 가지 우려를 덜어줌으로써 어떤 중국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할 수 있다”라는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하자 “키신저도 연세가 많이 들다 보니까 총기가 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키신저 박사가 활동하던 시절에, 그러니까 70년대 초의 중국이 아니다. 이제 미국하고 힘 겨루기를 하는 중국 G2 아닌가? 그리고 태평양도 나눠쓰자고 하는 그런 상황인데 지금 키신저 얘기는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북한에게 친중 완충국가를 만들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인데. 답답해서 나온 얘기겠지만 그건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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