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녹취록 100개 가까이 삭제 “누구 짓?”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대법원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가 미비했다면서 원심법원으로 파기환송심 당사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원세훈 전 원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선거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공개됐다. 이런 내용은 진작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어야 하지만 국정원은 감추는데 급급했고 당시 검찰 수뇌부는 활용할 수 있는 증거물조차 모두 청와대에 반납하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회의 녹취록 가운데 100개에 이르는 발언을 삭제하고 댓글 수사팀에 넘긴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이 숨긴 내용 중에는 원세훈 원장이 “전교조 교사를 징계하도록 하라”라는 등의 사찰성 발언을 한 것도 있었다.

이는 원세훈 전 원장 재판에 불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누더기 자료’ 제출을 주도한 곳은 국정원장의 직할대인 감찰실이었다. 당시 국정원 감찰실 지휘부는 검찰에서 파견 나간 현직 검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원세훈 전 원장에게 원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원세훈 전 원장에게 원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최근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추적해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넘긴 문건은 52건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당시 검찰 댓글 수사팀이 확보하지 못했던 자료들이다.

이 중에는 2009년부터 2012년 5월까지 매달 열린 부서장 회의에서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발언 녹취록 원본도 있었다. 특히, 적폐청산 TF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제출됐던 녹취록은 원세훈 원장의 발언 100개 가까이가 삭제된 자료였던 사실을 확인했다.

지워진 원세훈 원장의 발언 중에는 19대 총선은 물론 언론 보도에 개입하는 내용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노골적으로 총선과 대선에 개입하고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거다.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의 취재 결과, 이외에도 사찰을 지시하는 취지의 발언도 삭제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곧 민주노총 집회가 있는데 주도자들을 잘 감시하라”는 취지의 지시 등이다. 민간인들을 국정원이 사찰했다는 거다.

원세훈 전 원장은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교조 중에 전교조가 가장 나쁘다”면서 “교육청에 얘기해 교사들이 징계되도록 하라”는 내용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처럼 ‘반쪽짜리 자료’들을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 제출한 부서는 남재준 원장 시절 국정원 감찰실이었다.

아울러 선거 뿐 아니라 각종 대내여론 형성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을 주문한 내용도 이번에 새로 채택된 증거에 다수 포함됐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원장 입에서 얘기를 안하면 생각도 안하고 있다”며 국정원이 모든 신문·방송을 장악해 사전적으로 여론에 개입, “국론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주문·지시한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국사 국정교과서 논란 등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이 “국사편찬위원장, 국사교과서위원장,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 명의로 해명서를 내도록 하고 이 해명이 붙어 있는 상태로 SNS를 통해 퍼져나가게 해야 한다.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걸 딱 해가지고 ‘우리’가 실어날라주라 이거야”라는 등의 표현도 녹취록에 담겼다고 공개했다. 대체 국정원이 어디까지 간섭을 했다는 것일까?

한편,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 등을 구형했다.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와 같은 형량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범죄는 자기 이익을 위해 저지르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공직에서 물러나 보통사람으로서 일상을 보내려는 사람이 왜 선거에 개입하겠냐”면서, 본인에게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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