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통과, 각 당의 반응은?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문재인 정부 종자돈이 될 추가경정예산 국회 본회의 통과 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추경은 이로써 문재인 정부 정책 추진과 공약이행의 종자돈이 됐다. 추경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당 내외 평가는 엇갈린다. 추경 본회의 처리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를 향해 “여야 모두 패배자다”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일단 추경을 처리함에 있어 막판까지 국회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자유한국당은 비난의 대상이 마땅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또한 정부 여당으로써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변수조차 대비하지 못했다는 국정운영 미숙을 드러냈다는 거다.

최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 정국 속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존재감은 부각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성남시 분당을)이 지난 22일 국회 추가경정예산 본회의 의결에 앞서 찬성발언을 통해 추경의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성남시 분당을)이 지난 22일 국회 추가경정예산 본회의 의결에 앞서 찬성발언을 통해 추경의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국 보이콧속에서도 원내 2·3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집권 여당과 야권 공조사이의 틀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실리와 명분을 앞세운 ‘등거리 전략’으로 정국해법의 실마리를 주도하려고 했지만 결국 추경 처리에서도 ‘왕따’가 된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배신자를 찾아라!”가 됐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처리과정을 지켜본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국회가 씁쓸하다”라는 제목으로 “추경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야당의 발목잡기도 볼썽사나웠고 정족수 미달로 한시간이나 조바심 내던 여당의 처지도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국회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건 아닌지 참 씁쓸하다. 국민이 화낼만 하다”고 소속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누가 본회의에 불참했느냐?”면서 이날 추경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 설왕설래가 나왔다. 인터넷과 SNS 상에는 23일 오후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의원들 명단과 불참 사유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이곳저곳으로 퍼날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토요일 오전 휴일임에도 의원총회를 열고 추경 통과 의지를 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도종환 문체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내각 인사들이 국회 본회의 전에 국회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서 정부와 여당이 추경 국회 본회의 통과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를 만들었지만, 본회의 추경 의결과정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약 한시간동안 국회 본회의가 공회전하면서 여당으로서의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중요 고비마다 번번이 ‘왕따’를 당하는 꼴이다. 물론 선명한 야당의 색깔을 띤다는 점에서는 정치적 이득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추경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몽니’로 일관하다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급거 ‘추경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자유한국당만 ‘이번 추경은 문재인 당선 축하금’이라고 주장하다, 결국 왕따 신세가 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문재인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청와대 오찬에서 한국당 홍준표 대표만 빠진 채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독자적 행보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추경 국회 처리과정에서 두 정당은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경의 핵심 논란사안인 공무원 증원 부분에 대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혈세를 동원한 공무원 늘리기는 반대’라는 원칙적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전면 보이콧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는 달리 양당 모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견 조율’입장을 보이면서 얽힌 정국의 실타래가 풀리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거다.

결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주요 정국 고비때마다 야권공조의 틀 속에서도 번번이 체면을 크게 구겼다. 이번 추경에서도 이같은 스스로 ‘왕따’를 자처한 셈이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게 포진되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야3당을 규합, 문재인 정부를 등에 업고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집권 여당에 대응하기 위해 야권 공조의 틀을 주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야당간 공조의 균열로 오히려 ‘왕따’가 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의 왕따는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국회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 표결 당시에도 국민의당이 표결 참여로 전격 선회하면서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데 이어 김상곤 교육부총리 임명에 반대해 추경 심사를 보이콧하는 상황에서도 국민의당의 독자적 행보에 자유한국당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우여곡절끝에 막판까지 진통을 겪던 추가경정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선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여야 3당 연합’을 형성하는 바람에 자유한국당은 ‘나홀로 스스로 왕따’가 되면서 고립됐다. 이에 더하여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 도의회 김학철 도의원까지 범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묘하게 자유한국당에겐 비난과 욕설, 저주가 쏟아진 주말이 됐다.

이번 추경에서 가장 큰 이득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챙기면서 존재감 충분히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국회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발휘해 갈등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국민의당은 여당과 야권 사이를 오가면서 정국 흐름을 주도했다. 지난달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져있을 때도 ‘인사 분리대응’ 방침을 밝히며 이번 추경 논의에서도 당내 이유미 증거조작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이유미 사건으로 하락한 지지율 등 당의 침채를 극복하고 국회내 위상이 재고된 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분기탱천한 국민의당은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가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리 유감표명을 하자 추경 논의에 다시 적극 참여하는 등 냉온탕 전략을 구사하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버릇을 고쳐가면서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특히 바른정당은 한국당과의 보수적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실용주의적' 민생정당’을 표방하면서 정책적 좌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보수 재건과 재결집이라는 명분에선 한국당과 비슷하지만, 정책의 경우 실용주의 노선아래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신(新)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 자유한국당과의 정책적 향방에 있어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인사청문 국면에서도 바른정당은 추경 심사와 연계한 국회 보이콧에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지만 추경 심사 재개후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여야간 협상을 주도했다. 전날 추경안 처리과정에서 ‘공무원 증원비의 추경 삭감 대신 목적예비비 전용’과 ‘2575명 증원 및 정부 인력운용 계획 보고’라는 중재안을 주도하면서 추경 처리에 전격 협조했다. 이 바람에 자유한국당이 뒤늦게 부랴부랴 본회의에 참여했다.

추경안에 대한 여야간 줄다리기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1일 오전 이혜훈 대표 등 지도부가 직접 나서 교착상태를 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혜훈 대표 등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무원 증원계획을 보고받고 추경 대신 목적예비비를 활용하고, 오는 10월20일까지 정부 인력의 효율화 및 재배치 중장기 운영계획을 받기로 하는 부대조건에 합의, 정부 여당과의 추경안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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