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국회 본회의 통과 ‘파란불’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22일 새벽 3시30분쯤 국회에 접수된지 45일만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토요일이지만 국회는 9시30분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예결위를 통과한 추경을 최종적 의결하게 된다.

추경은 이로써 국회 문턱을 넘는다.추경이 국회 예결위를 통과했다. 추경은 본회의를 통과할 것인가? 일단 추경의 본회의 통과는 파란불이다. 추경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남겨놨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문재인 정부는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는 이날 새벽 3시쯤 국회 본청 예결위 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4당의 심사를 거친 최종 추경안을 의결했다. 추경안과 기술보증기금운용계획변경안 등 10개 기금운용변경안은 이날 오전 열리는 본회의에 회부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아 지난 21일 23시경 회동을 갖고 추경에 대해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추경은 22일 오전 9시 30분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아 지난 21일 23시경 회동을 갖고 추경에 대해 여야 협치를 강조했다. 추경은 22일 오전 9시 30분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예결 심사 과정을 최종 통과한 추경 규모는 11조332억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공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정부여당이 제안했던 11조2000억원에서 약 1700억원이 줄었다.

11조332억원 중에는 가뭄 대비를 위해 증액된 700억원(△용수 개발 400억원 △수계시설 개보수 300억원)을 포함한 1200억원 가량의 가뭄 추경이 포함됐다. 정부안에서 누락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추경 614억원도 증액됐다. 평창창동계올림픽 개최에 직접 사용되는 532억원과 올림픽 기간 평창을 방문할 국빈들을 맞이하기 위한 오대산 전통문화체험지원 명상센터 건립을 위한 82억원 등이 614억원의 세부 내용이다.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 추경’인 이번 추경의 핵심 공무원 채용·교육 예산 80억원 등은 끝내 삭감됐다. 무역보험공사 지원 300억원과 △산업은행 출자 200억원 △취업성공패키지 244억원 △모태펀드출자 6000억원 △창업기금 융자 2000억원 등의 예산 등도 감액됐다.

자유한국당이 당초 이날 새벽 1시30분으로 예고됐던 예결위 전체회의를 1시간30분여가량 미뤄가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던 미세먼지 추경 90억원은 그대로 유지됐다. 미세먼지 추경은 당초 전국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자는 것이었지만 앞서 조정소위원회 단계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국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자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은 “내용만 바뀐 추경”이라며 또 몽니를 부렸다.

여야는 삭감된 공무원 추경 대신 필요한 공무원 채용·교육 비용은 2017년 일반회계예산(본예산) 중 공공부문 인력 증원 관련 목적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추경 대신 본예산 목적예비비로 증원할 공무원 수는 정부여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1만2000명 중 중앙직 4500명에서 줄었다. 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시급히 충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공무원 증원 수요를 2875명으로 판단하고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2875명은 △대도시 파출소·지구대 순찰 인력 1104명 △군부사관 652명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내년 1월까지 마쳐야 하는 인천공항 2단계 개항 인력 조기 채용 537명 △AI(조류인플루엔자) 관리 예방 인원 82명 등이 포함됐다.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추경이 최종 의결되면 여야의 추경 ‘전쟁’은 45일만에 끝난다. 정부는 지난달 7일 국회에 추경안을 접수했다. 이후 여야는 추경안의 각 상임위 상정부터 최종 처리까지 중요한 단계마다 갈등을 빚었다.

본회의에는 전날 여당과 추경을 놓고 막바지 갈등을 빚던 자유한국당까지 모든 당이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밤 11시40분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추경 국회 처리를 논의한 후 “우리 당은 추경에 대해 본회의가 통보 안 된 상황”이라며 “의원들한테 통보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얘기가 타당성 있다고 정 의장도 판단해 의장 중재로 오전 9시30분으로 본회의를 미뤘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어 “본회의에 참석할지 말지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시작 30분 전인 이날 오전 9시에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소속 의원 전체의 의견을 묻는다.

당초 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을 빼고 전날 밤 늦게 본회의를 열어 추경을 처리할 계획을 가졌다. 자유한국당을 ‘왕따’ 시키자는 전략이다. 이들은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고 의원총회를 소집하며 추경 처리 의지를 다졌다.

추경안 처리를 놓고 진통을 겪어온 여야는 지난 21일 오후 11시 50분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 자리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대로 추경은 내일 오전 9시30분에 본회의 추경 심사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이렇게 합의된 추경 합의 결과는 곧바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타났다. 각당 의원들은 퇴근도 없이 대기하고 있다가 22일 오전 3시 30분 추경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통과시켰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추경이 당초 계획과 달리 본회의를 22일 오전으로 미룬 이유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본회의 소집에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저희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입장으로서는 자신들이 참여하지 않아도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합세한다면 국회 본의회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는 충분하기 때문에 공연히 자유한국당만 문재인 정부 발목을 잡고 있다가 ‘왕따’가 되고,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대표는 이에 대해 “그 동안 (자유한국당이) 너무 심하게 추경안 심사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모여서 의결 정족수까지 채워 왔다”면서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것이고 잡고 있던 발목을 푼 셈”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을 ‘왕따’ 시키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거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추경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참석할 시간을 달라는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뜻을 의장이 받아들였다”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추경에 백기투항했다, 우리가 들어간다고 하니까 소집 해제까지 하고 외국에 내보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며 “우리가 관철되니까 합의한다고 하니까 호떡집에 불이 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몽니를 부리려다 ‘왕따’가 된 자유한국당을 우회적으로 묘사한 발언이다. 자유한국당은 22일 오전 9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추경에 대해 당 전체 의견을 통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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