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민속놀이 ‘이제는 잊혀져가는 문화들’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정월대보름 민속놀이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정월대보름엔 쥐불놀이가 으뜸으로, 해마다 정월대보름에는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수가 비일비재했다. 정월대보름은 매년 새해 첫 보름날을 일컫는다. 정월대보름엔 갖가지 민속놀이도 적지 않았지만, 정월대보름 민속놀이들이 ‘이제는 잊혀져가는 문화들’이라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정월대보름 민속놀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쥐불놀이다.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는 그 유래를 찾아보면 지난 70년대초까지만 해도, 정월대보름날 논둑이나 댐, 농사를 짓는 밭이랑 등에 옹기종기 모여서 쥐불놀이를 해왔다. 이런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는 이처럼 논이나 밭에서 불을 붙이는 정월의 민속놀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정월대보름날 해가지면 마을마다 나가서 밭둑이나 논둑의 마른풀을 일제히 불을 놓아서 태운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쥐불놀이 풍속에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올해 정월대보름은 강풍이 불고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만큼 산불이나 집, 외양간 등을 태울 수 있어 가급적 자제해야겠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쥐불놀이 풍속에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올해 정월대보름은 강풍이 불고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만큼 산불이나 집, 외양간 등을 태울 수 있어 가급적 자제해야겠다.

정월대보름날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병이 없고 재앙 없이 물리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런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는 동네 초가집을 태우고 외양간을 태우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끝내 소를 잡고, 돼지를 잡는 재앙으로 이어기지도 했다.

정월대보름 쥐불을 놓은 풍습은 과학적으로 해석하자면 원래 쥐불을 놓는 까닭이 위와 같은 이유도 있지만 잡초를 태우면서 이른 봄부터 활개 칠 해충의 알이나 애벌래 등을 박멸하는 효과가 있었다.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상들의 슬기를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정월대보름 지불놀이는 이와 함께 논두렁과 밭두렁에 탈만한 건초를 함께 태움으로써 이를 양질의 무기농 비료로 활용하는 지혜도 괄목할만한 것이다. 정월대보름 쥐불놀이에는 이처럼 한해 풍작을 기원하는 바램이 들어있었다.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는 쥐불의 크기에 따라서 한해의 풍년, 흉년,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다. 정월대보름날 쥐불을 놓아 불의 기세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해서, 자정이 되면 각자 되돌아 가는데 이때 불은 끄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초가삼간을 태우고, 외양간을 태워 소를 잡고 돼지를 잡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정월대보름도 우리 민족은 커다란 명절로 여기며 정월대보름 관련 적지 않은 기림 행사를 지냈다. 정월대보름 달은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기 때문에 가장 작은 때에 비해 무려 14퍼센트나 커서 한 해 가운데 가장 큰 달이다. 때문에 이 날을 기려 정월대보름이라고 칭했다.

정월대보름 날은 때문에 다채로운 세시풍속이 전해진다. 특히 ‘복토 훔치기’란 재미난 풍속이 있는데 부잣집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즉, 잘 사는 집의 흙이 부를 가져다 준다고 믿고 이를 자기집에 부뚜막에 발라 복을 얻으려는 것이다.

정월대보름날 딱딱한 견과류를 깨무는 풍습은 과학적으로 견과류의 효능이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또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데, 정월대보름날 호두나 잣, 땅콩 등 견과류를 깨물음으로해서 악귀를 쫓아내고 건강과 복을 빌기도 했다. 정월대보름날 이같은 ‘부럼’이라는 견과류를 깨무는 풍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월대보름 습속 가운데 사라져 가는 것도 있다. 정월대보름날 ‘용알뜨기’ 풍습은 정월대보름날 새벽에 가장 먼저 용알이 떠 있다고 생각되는 우물물을 길어오면 그해 운이 좋다고 믿었다.

정월대보름 습속 중에 ‘더위팔기’라는 것도 있는데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는 이를 두고 “당(唐)·송(宋) 사람들은 어리석음을 팔았으니 이것은 더위팔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그 유래를 밝히고 있다.

정월대보름 습속 가운데 ‘다리밟기’는 고려시대부터 전래되어 내려온 풍속으로 다리 병을 물리치기 위해 놀았던 놀이다. 정월대보름 습속에 이어 전래하는 이야기 중에 정월대보름 날 보름달의 두껍고 엷은 상태를 가지고 그해의 흉풍년을 점쳤으며, 곡식 이삭 늘어놓기, 줄다리기 놀이, 차전놀이 등과 같은 것은 모두 신라 때부터 이어져온 명절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월대보름 먹거리 문화도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을 들 수 있는데 멥쌀·찹쌀·조·수수·보리·콩류 등을 넣어 지은 밥에 고사리·시래기·호박오가리 따위의 나물을 먹었다. 오곡밥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해서 ‘나무 아홉 짐과 찰밥 아홉 그릇’을 먹기도 했는데 이것은 한 해를 부지런히 뛰며 살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정월대보름에는 가정 집집마다 행사와 풍습도 있지만, 마을간 풍속도 있었다. 정월대보름 마을 풍속으로는 마을마다 한 해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거나 굿을 하던 풍속이 있었다. 현대에는 이런 정월대보름 마을풍속은 동호인들끼리나 마을단위 단체 등에서 정월대보름 마을간 옛 풍속을 재현하는 풍물굿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올해 정월대보름 기상을 살펴보면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다. 산과 들은 건조하고 바람도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월대보름 쥐불놀이를 한답시고 초가삼간이나 산천초목을 태우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겠다. 특히 외양간을 태우지 않아도 구제역과 AI가 창궐한 축산농가는 걱정이 태산이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동해안과 경상도 내륙 지역에 현재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이며 지역에 따라 강풍도 예상되고 있다”며 “작은 담뱃불도 산불로 벌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쥐불놀이 등) 화재 예방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월대보름이 결코 초가삼간을 태우고 외양간을 태우는 날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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