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첫 방송에 시청자들 “남 이야기 아니다”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피고인 첫 방송 후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피고인 신분이 뭘까? 피고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피고인이 되나? 등 피고인의 시청률은 물론 반응이 분분하다. 피고인은 조사기관 조사를 받는 신분이 아니다. 피고인은 이미 조사가 끝나고 법원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의 신분을 말한다. 이런 피고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됐다.

23일 밤 10시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연출 조영) 첫 방송에서 등장한 피고인은 끔찍한 캐릭터였다. 드라마 피고인에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에이스였던 박정우(지성 분)가 기억을 완전히 잃은 채 교도소 안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피고인 신분이었다. 즉, 검찰과 경찰의 체포와 조사과정이 모두 끝나고 공소사실에 의해 법원에 기소가 됐다는 가정인데, 과연 전혀 기억이 없이 누명을 쓰고 체포와 구금 조사과정까지 전혀 기억이 없을 수 있을까? 설정부터가 다소 어설프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피고인 신분은 어느날 하루 아침에 떨어질 수 있는 나락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SBS 드라마로 안방을 찾았다. 피고인 첫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과연 피고인이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설정과 스토리전개가 다소 엉뚱하거나 황당하다는 감상평이 적지 않다. 드라마의 화면을 갈무리했다.
피고인이 SBS 드라마로 안방을 찾았다. 피고인 첫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과연 피고인이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설정과 스토리전개가 다소 엉뚱하거나 황당하다는 감상평이 적지 않다. 드라마의 화면을 갈무리했다.

피고인의 첫 장면은 박정우가 월정교도소에서 탈출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뒤쫓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던 박정우는 넘어졌고, 이곳 저곳에 상처가 난 모습으로 일어났다. 그의 앞으로는 대형 트럭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피고인의 설정도 황당하다. 우리나라 교도소를 탈출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피고인 신분에서 말이다. 아울러 재판을 받는 신분은 미결수로서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이지 피고인이 재판에 선고받은 형량을 채우기 위해 복역하는 교도소가 피고인이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 박정우가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 검사이던 시절 모습이 펼쳐졌다. 박정우는 혈혈단신으로 조폭 큰형님 장례식장에 가서 소환장에 응하지 않는 신철식(조재윤 분)을 만났다. 자신을 위협하는 신철식 앞에서 그가 큰형님 살인을 교사한 증거인 녹음본을 틀면서 에이스 검사다운 치밀함을 보였다.

피고인에 대한 가정적 환경도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피고인 극에 따르면 가족에 대한 박정우의 애정은 상당했다. 딸이 5번째 생일인지, 6번째 생일인지 헷갈릴 정도로 바쁜 아빠이지만 가족 앞에서는 풀어진 모습도 있었으며 애정을 숨김 없이 표현할 줄 알았다. 그는 기분 좋게 잠이 들었지만 깨어난 곳은 교도소 감방 안이었다는 게 피고인의 설정이다. 과연 가능할까? 그렇다면 멀쩡한 상태의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고 기억상실증이나 심신미약 상태의 피의자를 피고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인가? 매우 황당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피고인에서 박정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형수 3886이 돼 있었다. 박정우는 자신이 아내와 딸을 죽였으며 교도소 안에서 3개월동안 있었다는 같은 감방 사람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패닉에 빠졌다. 이는 피고인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고 채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분이 피고인임을 망각한 것은 아닐까? 사형수가 됐다는 것은 선고를 받고 이미 죄수 신분이라는 것이다. 피고인이 아닌 것이다.

피고인에서 4개월 전 박정우는 차명그룹 부사장 차민호(엄기준 분)를 살인 미수 혐의로 조사 중이었다. 하지만 피고인 극중에서 박정우가 흉기를 찾아내면서 차민호는 궁지에 몰렸다. 차민호는 쌍둥이형 차선호(엄기준 분)가 자수하자는 말에 거칠게 거부하다가 방법이 생각난 듯 차선호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려쳤다. 잠시 겁에 질린 듯 하던 차민호는 옷을 바꿔입고 차선호의 결혼반지를 빼낸 뒤 고층에서 차선호를 밀어버렸다.

피고인에서 이 대목도 설정이 애매하다. 피고인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종합해보면 쌍둥이 형제를 살해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쌍둥이가 자신의 형제를 살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극작가가 설정한데로 등장인물들이 못할 행위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또한 피고인에서처럼 극작가가 아무리 허구를 지어낼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해도 시청자들의 일반적 상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SF극도 아니고, 황당한 사이코드라마가 아닌 바에는 작가는 현실과 상식에 기반한 스토리 전개는 필수 사항이다.

다시 피고인으로 돌아와서, 겉모습만큼은 완벽한 차선호였지만 선단공포증은 감출 수 없었다. 또 차선호의 아내 나연희(엄현경 분)는 차민호를 보자마자 그가 차선호가 아닌 차민호임을 알아챘다. 차민호는 나연희가 낳은 아들이 차선호의 아이가 아님을 말하고는 “서로 비밀 하나씩 안고 간다고 생각해”라며 입막음했다. 피고인에서 부부관계까지 캐릭터를 바꿔놓은 구성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퇴근하고 출근하고 같이 끼니때마다 밥먹고 하는 게 가정이고 부부사이일까? 이처럼 피고인은 전체적으로 말도 안되는 구성으로 엉성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피고인에서 차민호는 그룹 계열 호텔에서 투신한 것으로 꾸며져 있었고 현장에서는 모든 범행이 자신의 짓이라고 자백한 유서도 나왔다. 박정우는 죽기 전 룸서비스를 시킨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호텔 직원으로부터 죽기 전 차민호에게서 술냄새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혈액 검사에서는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고, 호텔 CCTV에는 차선호가 찍혀 있었다. 이런 구성은 일단 피고인 첫 방송에서 설정일 뿐이다. 후에 밝혀질 진실에 대한 사전 복선에 해당할 뿐이다.

피고인에서 박정우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차선호의 모습을 한 차민호를 찾아갔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차선호가 깨어났다. 박정우는 뭔가 말하려는 차선호의 입에 귀를 댔지만 차선호는 곧 사망하고 말았다. 차민호는 거짓 눈물을 흘렸지만 박정우는 “민호야..”라고 말하는 차선호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작가는 차선호와 차민호가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챈 박정우를 그리고 싶었던 대목으로 보인다. 오열하는 차민호의 뒤에서 반드시 체포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과연 시청자들은 피고인 첫방을 본 소감은 어떠했을까? 피고인은 이와 같은 시청자들의 정서와 상식을 크게 벗어났음에도 피고인 첫 방송부터 매가톤급으로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과 감각을 사로잡아 버린 듯 하다. 엄청난 사건을 앞두고 상상도 못할 현실적 상황을 설정한 피고인 스토리 전개 앞에 숨가쁘게 이어지는 빠른 스토리전개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대한 피고인으로 끌어들여버렸기 때문에 찬찬히 꼼꼼하게 피고인을 분석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며 톱스타의 자극적인 연기가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피고인은 시작됐다. 일부 시청자는 “저 피고인의 스토리가 내 현실이 됐다면 끔찍할 것이다”라는 정도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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