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변호사와 최순실, 안종범·차은택·송성각 등 공범들 모두 부인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이경재 변호사가 최순실씨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순실씨 또한 이경재 변호사와 사전 조율이 있었던 듯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사실상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적이 없다”면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경재 변호사 19일 오후 첫 공판준비기일에 최순실(60세)씨와 19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는 이경재 변호사와 최순실씨가 향후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순실씨와 이경재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귀국 당시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경재 변호사와 최순실씨가 19일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해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법정을 나선 이경재 변호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경재 변호사와 최순실씨가 19일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해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법정을 나선 이경재 변호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이란 검찰과 피고가 재판부의 주도로 정식 심리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여서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날 최순실씨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수용자 번호 628번을 달고 밝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두했다. 최순실씨가 수용자복 차림으로 공개석상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며, 지금까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날이기도 하다.

최순실씨는 당초 검찰에 출석 당시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심경을 밝힌 대목에 대해선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재판에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거 같다”고 말해, 자신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국민 법 감정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이경재 변호사도 최순실씨의 주장을 거들었다.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와 나란히 참석해서 “검찰의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건데,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면서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포스코 계열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더블루케이의 연구용역 사기 미수 혐의 등도 모두 부인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특히 검찰이 최순실씨 소유로 결론 내린 태블릿PC를 최순실씨 사건의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고 동시에 서울구치소 출정 기록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이 태블릿PC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된 정호성 전 비서관 사건의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된 상태다.

이경재 변호사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과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용 수첩도 감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다음 기일까지 증거신청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어 “서류 증거는 ‘실물화상기’에 비춰 진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면서 ‘안종범 수첩’에 관해서도 “감정까지 필요한 사안인지 모르겠다”면서 직접 법정에서 내용을 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재판에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안종범 전 수석의 변호인은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 얘기를 듣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말했을 뿐”이라고 안종범 전 수석의 혐의를 부인했다. 최순실씨에 대해선 “정윤회씨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호성 전 비서관 측은 오히려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 검찰에서도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대목도 “대체로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공판준비기일도 같은 재판부에서 최순실 이경재 변호사 사건에 이어 열렸다. 차은택씨 측 변호인도 역시 차은택씨가 운영한 아프리카픽쳐스 회사 자금 횡령만 인정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했다. 일괄되게 부인하는 것은 사전에 이미 조율이 된 듯 보인다.

이날 법정에 나온 송성각 전 원장도 검찰이 기소한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들이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했다고 해 29일 시차를 두고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즉, 공판 기일이 미루어진 것이다.

이날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 측에 공무상 비밀 47건을 포함해 180여건의 청와대·정부 문서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차은택씨는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를 인수하려던 중소 광고사 대표 한모씨에게 지분을 내놓으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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