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처음엔 믿지 않았다.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 소식은 이전에도 매번 루머로 끝났던 터였다. 그러나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TV 연설을 보자 마을 주민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CNN은 26일(현지시간)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고향 마을인 쿠바 동부 산티아고 비란 마을 주민들이 모두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 앙겔 카스트로(44)는 "우리에게 그는 아버지와 같았다. 쿠바인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내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 마틴 카스트로(87)도 "너무나 놀랐다"며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가족들이 뉴스를 보라며 불렀고, (사망 소식을 듣자)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 소식에 고향 마을뿐만 아니라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쿠바 전역에 슬픔이 깔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쿠바 국민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췄다. 한 호텔 직원은 "모두가 너무 놀랐다. 정말 슬픈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망 소식에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쿠바계 미국인 지역사회는 축제 분위기라고 26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카스트로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는 수천 명이 리틀 아바마의 중심거리인 8번가 칼레 오초에서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들기거나 쿠바 국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사람들은 “쿠바 환영 카스트로 반대”, “쿠바 자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카스트로 사망 소식에 기뻐하며 차량의 경적을 울리거나 살사 음악을 크게 틀고 기뻐했다. 일부는 생전에 이 날을 보지 못하고 사망한 가족이 생각나 울기도 했다. 밤에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날 집회는 슬픔의 애도가 아닌 축하 분위기에 휩싸였다. 4년 전 쿠바를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한 30대 주민은 " 누군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기쁘다기보다 이제 힘든 시기가 끝났음을 축하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의 쿠바 이주민 대부분은 카스트로 사망으로 공산국가 쿠바가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지는 않을 것이여,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13세 살 때 미국으로 온 50대 주민은 “쿠바인들도 우리가 미국에서 누리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켜야 쿠바가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은 쿠바를 거의 60년간 지배해온 세대가 세계무대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조로 보는 주민도 있다. 피델 카스트로의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 역시 85세이다. 30대 나이인 한 쿠바 이주민은 “이제 (혁명) 세대가 끝나가기 시작했다”며 "피델 카스트로가 현재 쿠바의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란 점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그의 사망으로 희망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는 한 인물이 그의 주변 사람들과 전 세계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60년간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불협화음과 상당한 정치적 불일치로 점철돼 왔다"고 지적한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우리는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자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피델 카스트로의 가족들에게 애도를 보내고 쿠바인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앞으로 우리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미래를 바라볼 것이다. 쿠바인들은 미국에 그들의 친구와 파트너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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